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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트럼프 발작’에…외국인자금 안심할 수 있나
뉴스종합| 2018-10-24 11:38
국내 금융시장이 또 휘청거렸다. 23일 코스피지수는 1년7개월 만에 장중 2100선을 하향 돌파하다 막판에 가까스로 지켰고, 환율은 달러당 9.2원 급등하며 1137.30에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선전포고를 또 했고,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셀트리온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은 외국인 자금이었다. 11일에 이어 23일에도 외국인은 장중 코스피 4238억원, 코스닥 1151억원을 순매도하며 폭락장을 이끌었다. 외국인이 10월에 순매도한 물량은 무려 3조6206억원이나 된다.

믿고 있던 외국인 채권투자도 분위기가 바뀌었다. 국고채 만기가 몰렸던 9월에 1조9000억원이 순유출되더니 이번 달에도 1조3000억원의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 거래 동향만 봐서는 외국인들은 지금 한국 시장에서 ‘짐을 싸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러한데 금융시장의 안정을 챙겨야 하는 금융당국이나 한국은행의 태도는 아직 느긋하다. 한은은 비록 내외금리차가 벌어져도 환율이나 스왑레이트 등을 보면 아직 외국인이 우리 채권에 투자할 재정거래 유인이 남아있다고 설명한다. 또 78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와 4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고해 자금 유출이 시작된 취약 신흥국과는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재정거래 유인이 남아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언제든 투자금을 빼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을 ‘달러의 ATM(자동화기기)’라고 부르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글로벌 큰손이 신흥국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면 터키나 아르헨티나 등 취약 신흥국에서 손해를 보고 돈을 빼기도 하겠지만, 손해분을 메우는 동시에 쉽게 자금을 뺄 수 있는 한국에서 투자금을 줄일 수도 있다.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 역시 이미 위협받는 상황이다. 민간 경제전망 기관은 물론, 한은까지 올해 경제 전망치를 2.7%로 낮추며 경기 위축이 가시화됐다. 수출을 주도했던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이 민낯을 드러내며 통상전쟁을 하면서 중간에 낀 한국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금리 상승으로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가 조정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 금융시장에는 부담이다. 위험 선호현상이 줄면서투자 포트폴리오상 선진국 비중이 커지면, 포트폴리오 재편 차원에서 한국의 투자금을 줄일 수 있다. 아무리 우리가 ‘취약 신흥국가 다르다’고 항변을 해도 소용이 없을 수 있다.

물론 정부 당국이 나서서 ‘불안’을 조장하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괜찮다 괜찮다”고 토닥이기만 해서는 불안감이 줄어들진 않는다. 외국인자금이 빠르게 유출될 가능성을 염두하고,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처방을 미리 마련해야 둬야 한다. 또 시장 참여자들의 공포감을 줄일 수 있는 다각적인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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