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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한국형 ‘혁신 뉴딜정책’ 필요하다
헤럴드 경제 미분류| 2018-10-29 11:32
1929년 10월 24일 미국 주식시장이 붕괴됐고, 경제는 급격히 침체국면에 빠져들었다. 1929년 1044억달러였던 미국 국민총생산은 1933년 560억달러로 반토막났다. 실업률은 3.2%에서 24.9%까지 급전직하, 대공황을 맞았다. 민심은 1932년 대통령 선거에서 루즈벨트를 선택했다.

루즈벨트 정부는 구제·회복·개혁의 3R(Relief, Recovery, Reform)로 대표되는 뉴딜정책으로 수습에 나섰다. 긴급구제법을 제정해 연방긴급구제국(FERA)을 설치하고, 국가산업부흥법(NIRA)과 농업조정법(AAA)을 제정했다. 확장재정과 공공사업 확대(청년일자리 사업, TVA공항, SOC 투자 등)를 통해 실업자를 줄이고 사회보장법을 제정해 빈민구제를 했다. 은행법을 제정하고, 예금보험기구(FDIC)를 설립했으며, 산업디자인과 같은 혁신산업이 태동했다. 이런 뉴딜정책은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로 이어지며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올려놨다.

그로부터 80년이 흐른 2012년 오바마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9%대로 치솟은 실업률과 17%에 이르는 청년실업률(16∼24세), 산업의 사양화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제조업 파트너십(AMP) 2.0’, ‘스타트업 아메리카 이니셔티브’, ‘JOBS법’을 만들어 신생기업 상장절차와 규제 간소화 등으로 일자리 창출에 힘썼다. ‘스냅챗’, ‘트리바고’ 등이 JOBS법으로 상장됐다. 그런 노력이 트럼프 행정부까지 이어지며 미국은 18년만에 최저인 3% 실업률과 3%대 경제성장을 넘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5%로 추락하고, 실업률도 6.8%로 급등했다. 청년실업률은 15.8%에 달했다. DJ정부는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으로 코스닥 상장요건 완화, 창업투자조합 투자규제 철폐, 세제지원 등 벤처캐피탈 활성화를 통해 인력과 자금이 벤처기업으로 흘러들어가도록 했다. 그 결과, 2001년 8월 IMF를 조기 졸업했다. 인터파크, 다음, 네이버 등은 청년이 취업하고 싶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위기 상황에서는 강력한 혁신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내세운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88%의 일자리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에 필요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재정과 금융도 제역할을 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혁신기업에 재정을 집중하고 집행속도를 높여야 한다. 민간금융의 역할도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국책은행과 14개 일반은행의 대출을 분석한 결과, 기업대출 비중은 2010년말 48.8%에서 2017년 46.7%로 2.1%포인트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업 대출비중이 17.0%에서 25.1%로 8.1%포인트 급상승한 반면 제조업은 1.5%포인트 하락했다. 가계부채가 1500조원으로 증가하면서 예대마진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이 생산적 금융보다는 투기자금을 공급하고 이자장사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중소기업들의 호소가 괜한게 아닌 셈이다.

일자리는 ‘N포세대’라는 청년의 꿈과 희망이다. 국회에서는 2019년 정부 예산안을 심의 중이다. 연말까지 한 두달 안에 내년 일자리예산이 결판난다. 고용쇼크 상태인 지금, 뉴딜정책과 DJ정부 벤처정책 같은 강력한 한국형 혁신 뉴딜정책을 위한 예산확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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