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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수험생 여러분, 고생하셨어요
뉴스종합|2018-11-15 11:11

시침 소리가 들린다. 째깍째깍…. 분침까지 돌아가는 소리가 무섭다. 10분 남았다. 입술은 타들어가고, 온몸엔 땀이 흐른다. 어,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하나둘씩 답안지를 제출하고는 교실을 빠져나간다. 난? 아직도 시험지 반을 풀지 못했다. 이런, 죽을 것 같다. 5분 남았다고 감독관이 알려준다. 허둥지둥 시험지를 이리저리 쳐다보지만 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니, 문제 자체를 도통 모르겠다. 어떻게 하지? 패닉, 그 자체다. 고개를 들어보니, 교실엔 나 하나 밖에 없다. 모두들 날렵하게 답안을 내고 사라졌다. 이젠 사우나 수준이다. 머리로부터 흘러내린 땀이 얼굴을 적신다. 비오듯 땀이 쏟아진다. 감독관이 다가온다. 답안을 걷어가려는 것이다. 아, 안돼요. 안돼요. 몸부림 치면서 잠에서 깨어난다.

악몽이다. 기분이 좋지 않다. 고백컨대,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가끔, 아주 가끔 이렇게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고, 혼자 애가 닳아 동동거리는 꿈을 꾸곤 한다. 조금은 부끄럽다. 하긴, 나 뿐이랴. 이런 꿈을 꾸는 사람이….

교실에서의 나는 답답하고 바보같은 존재다. 시험 문제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는 나, 시계는 계속 돌아가는데 헛바퀴처럼 시험지에서 헤매이고 있는 나, 땀 범벅이가 되도록 당황하고만 있는 나…. 꿈 속의 내 모습은 항상 그렇다.

시험보는 꿈은 왜 꿀까. 스트레스가 심해서일까. 무한 경쟁사회에서 치이고 치이다보니 트라우마가 생긴 걸까.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학생때의 시험은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시험 날만 되면 힘들었고, 괴로웠다. 인생 자체가 시험의 연속이라는 것을 깨달은 지금도 그때의 시험은 징글징글한 기억이다. 그래서 유난히 힘들고, 내면이 혼란스러울때 시험보는 꿈을 꾸는가 보다.

수능이 끝났다. 출근길, 용산고를 지나는데 시끌벅적하다. 오전 7시 전인데도, 재학생들이 수험생 선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일찌감치 정문에 진을 친 것이다. ‘빨리 시험 끝내고, 클럽 가자’ 등 재미있는 문구가 적힌 소형 플래카드를 들고 선배를 응원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1년에 한번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지만, 어찌보면 씁쓸한 장면이다. 고교 3년간, 아니 그 전부터 수년간 이날의 시험에 인생을 올인하면서 시험과 관련한 숱한 악몽을 꾸었을 수험생 입장에서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수능은 유독 잡음이 많았다. 숙명여고 교무부장과 쌍둥이 자녀가 얽힌 문제유출 의혹은 전국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들의 분노를 일으켰고, 입시제도의 불공정성 논란에 이어 일각의 ‘교육부 폐지론’까지 불을 붙이게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발단이 됐던 정유라 이대 부정 입학 문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말이다.

어쨌든 수능은 끝났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입시제도 개선 문제는 상당수 어른들의 숙제로 남겨졌다. 투명한 룰의 시험이 하루빨리 정착돼 공부한 만큼 점수를 내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시험을 끝낸 수험생들이 나처럼 평생 시험을 보는 악몽을 꾸지 않기를 바란다. 개인적인 욕심의 문구를 넣자면, 옆에서 보기에도 가혹한 고3 시절을 보낸 내 딸에게 수고했다고 등을 두드려주고 싶다. 이 땅의 수험생 여러분, 고생하셨어요.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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