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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국박 대고려전 ‘천년의 만남’을 기대하며
뉴스종합|2018-11-19 11:23

2011년 봄, 외규장각 의궤가 145년만에 우리 품에 돌아왔을 때, 온 국민의 마음은 떨렸다. 병인양요때 뺏기고 어디로 간 지도 모르고 있던 긴 시간, 이 땅에 불어닥친 험한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해 여름, 돌아온 의궤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려 뉴스로만 접한 의궤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의궤는 6~7권 정도를 만들었는데, 임금이 보았던 어람용 의궤는 강화도의 외규장각에 보관했다. 어람용과 일반 분상용은 크게 차이가 난다. 어람용은 비단 장정을 하고 놋쇠 물림에 국화모양의 정을 박아 책을 만들고, 표지 문양도 각종 길상을 의미하는 기물과 보화들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림도 도화서의 화원이 직접 그려 섬세하고 화려하며, 특히 글을 쓰기 위해 인찰선이라는 붉은 줄을 그어 정성을 다했다.

일주일 전, 이 외규장각 의궤를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의궤다. 수장고는 아홉 개의 비밀키를 넣어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다. 의궤를 보관한 장식장은 모두 미송과 오동나무 판재로 국내 최고의 투플러스급 나무들이다. 99.9% 자외선 차단용 형광등과 습도, 온도 등은 유물의 종류에 따라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특히 화재예방을 위한 시스템이 이중삼중으로 작동되는데, 이상한 가스나 먼지, 열이 공기 중에 감지되면 신호를 보내는 첨단 예방장치가 눈길을 끌었다.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 이후 더 꼼꼼이 챙기는 모습이다. 문화재는 한 나라의 보물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보호와 관리는 아무리 지나쳐도 과하지 않다.

외규장각 의궤는 충전재를 도톰하게 넣은 판 위에 한 권씩 뉘인 형태로 장 속에 보관돼 있다. 표지는 프랑스국립도서관이 헤진 비단 장정을 떼어내고 다시 입힌 상태로, 종이와 글씨의 상태가 새것 마냥 깨끗하고 선명해 놀라웠다. 지금은 꼬레아라는 표식이 붙어있지만 발견 이전엔 차이나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던 책이다. 영구 임대해준 프랑스 국립도서관측은 3년 후, 보관상태를 보러 왔다가 “퍼펙트하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박물관 수장고에는 각종 국보급 유물 20여만 점이 보관돼 있다. 그 중 고려시대 유물들이 다음 달 4일 개막하는 ‘대고려전’을 위해 대거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부처님은 관을 벗고 이곳 저곳 상태 점검중이었다. 올해 고려 건국 1100년을 맞아 여는 대고려전은 고려문화의 정수만을 모은 유물 390점이 전시되는 대규모다. 이를 위해 해인사 수장고에 보관중인 대장경과 건칠희랑대사좌상이 처음으로 절 밖으로 나왔다. 희랑대사는 왕건을 도와 건국에 기여한 태조왕건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 있는 왕건상이 내려온다면 1000년 만의 만남으로, 그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왕건상의 대여는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 방북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협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가을이 가고 있지만, 그래도 ‘세기의 만남’을 기대해본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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