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일벌레인지 놀벌레인지는 중요치 않다
뉴스종합| 2018-11-20 11:16
“정말이지 제가 (광화문으로) 뛰쳐나가고 싶습니다.” 노동계의 주말 시위를 뉴스로 지겨본 중소기업 대표의 참담한 목소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부류가 누굽니까? 민노총 소속 대기업 정규직 아닙니까?”

한 대기업 임원의 일갈이다.

사회곳곳의 갈등이 증폭되는 이런 양상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그것도 문재인 정부에서 말이다.

부작용과 반발, 갈등이 보였음에도 급하게 밀어부쳤다. 경제계의 간곡한 요청은 몇달째지만 듣는 척이다. 요청은 탄식으로 바뀌고 있다.

작금의 상황을 정책추진 당시 보지 못했다면 무지하고 무모한 것이고, 봤음에도 밀어부쳤다면 무리하고 무책임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처럼 정책에서마저 적폐청산이 나타나면서 시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매달 고용동향과 산업동향이 나오는 날의 정부 멘트는 늘 “엄중하게 보고 있다”이다. 그렇게 보긴 하는데 나오는 정책은 이상하리만큼 현실과 동떨어진다. 단기 일자리에 치중하는가 하면 이익공유제와 같은 반시장적 정책도 불쑥 튀어나온다. 이익공유제의 경우 강제성은 없다면서도 법제화한다니 경제계는 당황스럽다. 우리 경제가 일련의 개혁정책을 감당할 수준인지 진지하게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약이 좋아도 거부반응이 나타나면 독이 된다.

논리에서 조금 밀린다 싶으면 어김없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한 지표를 들고 나온다.

‘복지천국’이었던 OECD 국가들은 이미 한두차례 경제 및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들인데도 말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에 노동계는 극렬히 반대한다. 3개월이라는 기간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이를 선진국처럼 1년으로 늘려달라는 것인데 이렇게 홍역이다.

곧 2019년이다. 경영계획을 짜는 쪽에서는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다. 감안해야할 악재가 너무 많다. 호재는 찾기 힘들다. 대외적으로는 환율과 금리,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관세폭탄, 중국의 공세, 불안한 신흥국 등이 모두 불안요소다.

대내적으로도 가시밭길 투성이다. 대놓고 밥그릇 챙기는 강성노조, 규제개혁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정부, 곧 시행될 최저임금 추가인상과 근로단축에 따른 후폭풍 등. 잃어버린 20년,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자는 포럼과 세미나가 그렇게 많았지만 점점 그 뒤를 밟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정권말기에 가서도 소득주도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할 것인가? 실패한 정책은 누가 책임지나? 뒤집은 정책은 또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삼성바이오로직스 8만 투자자들이 구상권을 청구한다면 누구한테 해야 하나?

한국 경제의 앞날은 흐린 하늘만큼이나 잿빛이다. 경제라인이 곧 바뀐다. 대통령은 이미 경제 공약에 얽매이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기존 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래서 교조적이란 비판이 따른다. 장관 후보자의 프로필에 들어가는 수식어중 하나가 ‘일벌레’다. 유감스럽게도 국민에겐 그가 일벌레인지 놀벌레인지는 중요치 않다.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 앞날을 내다볼 줄 아는 통찰력, 아니다싶으면 과감히 바꿀줄 아는 결단력의 3박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kimhg@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