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조국 경질론을 ‘정권 흔들기’로 보는 게 되레 정치적
뉴스종합| 2018-12-04 11:20
청와대 기강 해이 사태를 바라보는 여권의 시각이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여권의 ‘조국 지키기’ 분위기가 그렇다. 이번 사태의 한가운데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경질론이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직원 비위 사건이 그 계기가 됐다. 그런데 이게 야당에 의한 ‘정권 흔들기’라고 보는 것이다. ‘별 것도 아닌 일’을 야당이 정치 쟁점화 하며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아예 “조 수석은 이번 사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문책과 경질요구는 야당의 정치적 행위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잇단 청와대의 일탈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정서와 거리가 멀다. 정치적 프레임으로 사태를 어물쩍 비켜가려는 건 오히려 청와대와 여당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 대표가 ‘궤변’이란 비판을 받으면서도 여권이 이번 사태를 정면돌파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일게다. 해외 순방 중 특별감찰반 직원 비위로 대두된 조 수석 경질설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신뢰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경제분야 개혁을 관장하던 장하성 정책 실장이 이미 물러난데다 조 수석 마저 청와대를 나가면 사법개혁 등의 국정 과제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집권 3년차 진입을 앞두고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는 일견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정치적 판단’을 앞세워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청와대의 내부 기강문란에 그치지 않고 권력을 이용한 범죄가 도사린 사안이다. 특별감찰반 직원이 피감기관인 경찰청을 직접 찾아가 지인의 뇌물 사건과 관련한 수사 상황을 알아보는 건 명백한 불법이고 부당한 압박이다. 근무시간에 다른 특감반 직원들과 골프를 친 사실도 불거졌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결코 투명하지 않았다. 누군가 책임을 져도 크게 져야 할 엄중한 사안이다.

그렇지 않아도 의전비서관 음주운전, 경호원 음주폭행, 일자리 수석실 행정관의 산하기관 폭언 등 청와대 직원들의 일탈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이들과는 본질이 다른 권력형 비리와 맞닿아 있다.

해외 순방에서 귀국한 문 대통령이 더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칼을 들어야 한다. 자칫 실기하면 급격한 임기 3년차는 개혁의 성과를 보이기 보다는 레임덕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정권의 명운이 걸인 사안이란 얘기다. 차제에 청와대 조직을 전면 재편하고 흐트러진 국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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