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독감만 예방?…어르신, 폐렴백신도 필수죠
라이프| 2018-12-11 11:10
감기로 오인하기 쉬운 폐렴, 뇌혈관질환 이어 사망률 4위…
면역력 약한 65세이상 노인, 독감·폐렴 동시 접종 효과적



지난해 퇴직한 천모(61) 씨는 이달 들어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가는 등 추워지자 올해 초 폐렴 탓에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천 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 기침이 났다. 처음에는 단순한 감기로 여겼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되자 집 근처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 먹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기침이 열흘 넘게 이어졌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해를 넘겨 병원을 찾았다가, 폐렴 진단을 받고 2주 가량 치료를 받았다.

폐렴은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에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낮은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 초기 발열, 오한, 기침, 가래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오인하여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방치하게 되면 급속하게 증상이 나빠지며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노인, 식욕 떨어지고 졸려 하면 의심”=폐렴은 다양한 종류의 균이 폐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염증성 호흡기 질환이다. 발병 원인에 따라 세균에 의한 세균성 폐렴, 바이러스에 의한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구분한다.

세균성 폐렴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은 폐렴구균으로, 코나 목의 점막 등에 있는 흔한 세균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인체로 침투해 폐렴을 일으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폐렴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총 138만730명이었다. 이 중 60세 이상은 34만6049명으로 4년 전(29만3216명)보다 약 18% 증가했다.

폐렴은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한 가벼운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감기로 오인해 방치할 경우 고열, 기침,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 심각한 증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반적 감기 증상이라고 생각되더라도, 고열이 있고 기침, 누런 가래가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폐렴을 의심하고 진료를 받아 봐야 한다”며 “노인의 경우 이런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유 없이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자꾸 졸려 하면 폐렴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ㆍ알레르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감기로 생각했으나 높은 열이 발생하고, 화농성 가래, 호흡곤란,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통해 폐렴 여부를 진단받아야 한다”며 “가래 또는 혈액 검사로 원인균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폐렴은 노인과 만성 질환자에게 매우 치명적인 병이다. 건강한 성인은 폐 속 세균을 없애는 항생제를 투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1~2주 안에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면역력이 낮은 어린이나 고령자, 당뇨병, 천식, 결핵 등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폐렴이 쉽게 낫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패혈증, 호흡곤란, 폐농양 등 합병증이 야기돼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실제로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폐렴 사망률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암 사망률(인구 10만명당)은 37.8명으로, 10년 전(9.4명)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원인 중 암ㆍ심장 질환ㆍ뇌혈관 질환에 이어 4위였다.

정 교수는 “고령은 물론 영양결핍, 종양, 만성 폐 질환, 심장 질환, 간 질환, 흡연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폐렴의 원인이 된다”며 “노인은 흡인(사래 걸림)으로 폐렴이 쉽게 일어나는데, 연하(삼킴) 장애가 주된 원인이다. 뇌졸중, 알츠하이머 등 신경계 질환을 앓아도 (폐렴이)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폐렴ㆍ독감 백신, 동시 접종받으면 ‘효과’=일반적으로 폐렴은 흉부 X선 촬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염증 모양ㆍ범위, 합병증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흉부 CT(컴퓨터 단층촬영)를 시행하기도 한다. 폐렴을 일으킨 원인균을 찾기 위해 객담 배양 검사와 혈액ㆍ소변에서 혈청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폐렴은 원인균 종류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최 교수는 “바이러스성 폐렴은 증상이 시작된 후 48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발열과 바이러스 전파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세균성 폐렴은 항생제 요법을 통해서 치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균성 폐렴은 원인균에 따른 항생제의 선택이 중요하지만, 많은 경우 원인균을 알 수 없고 원인균이 배양됐다 하더라도 균이 동정(同定)되기까지 3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며 “폐렴이 의심되는 환자에게는 우선 경험적 항생제 요법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항생제 외에도 건조하지 않도록 충분히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좋다. 기침이 심하면 기침 억제제로 증상을 완화시키고, 체온이 40도 이상이면 해열제가 함께 활용되기도 한다.

폐렴 등 호흡기 질환 예방을 위해 평소 충분한 휴식, 수분 섭취, 규칙적인 식사, 운동으로 신체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야외 활동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손을 씻을 때에는 비누칠 후 적어도 30초 이상 구석구석 마찰하며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신경 써야 한다. 흡연은 폐의 방어 능력을 떨어뜨려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금연하는 것이 좋다.

노인, 만성 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폐렴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폐렴구균 백신은 13가지 균을 방어하는 13가 백신, 23가지 균을 방어하는 23가 백신이 있다. 특히 65세 이상은 미리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도 필요하다.

최 교수는 “65세 이상 노인은 23가 백신 접종이 무료지만, 폐렴구균 예방접종률은 23%에 불과하다”며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할 경우 만성 질환자는 65~84%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미접종자와 비교하면 치사율 또는 중환자실 입원율이 무려 40%나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선 13가 백신을 접종하고 1년 뒤에 23가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폐렴과 독감은 증상이 비슷한 만큼 감염 경로도 비슷하다. 폐렴은 독감의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이기 때문에 독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을 함께 접종하는 것이 좋다. 최 교수는 “실제로 독감과 폐렴 백신을 동시 접종받은 경우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률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다수 발표됐다”며 “두 가지 백신을 함께 접종해야 한다”고 권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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