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2019 ‘글로벌 바이오패권’을 잡아라 ② 회계] 시기따라 정부따라…‘오락가락’ 회계기준에 발목 잡힌 바이오
뉴스종합| 2018-12-12 11:18
2016년 ‘삼바’ 상장시 회계처리 “문제없음”
2017년 특별감리땐 상장폐지 심사까지
연구개발비 자산화 시점 논란에
금융당국, 제약바이오 잇단 ‘테마감리’
업계 “특수성 무시한 잣대에 육성 힘들어”



올 해 제약바이오업계는 잇따른 기술수출 계약 체결과 미국, 유럽 등 제약 선진시장 진출을 이뤄내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성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이런 ‘훈풍’만 있었던건 아니었다. 금융당국발 ‘회계’ 이슈는 이제 막 날개를 달고 비상하려던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성장 의지를 꺾기도 했다. 특히 삼성바이오, 셀트리온과 같은 제약바이오업계를 대표하는 상장사들이 잇따라 회계 부정 의혹에 휘말리며 ‘먹구름’이 드리우기도 했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시기마다 다른 정부의 오락가락한 기준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로 상장폐지 심사까지=올 해 가장 뜨거웠던 제약바이오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다만 삼성바이오가 화제에 오른건 좋은 소식 때문이 아니었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 1년여 동안 삼성바이오에 대한 특별감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이 고의적인 분식회계라고 판단했다. 당시 회계처리 변경에 따라 에피스의 기업가치는 2900억원대에서 4조8000억원대로 껑충 뛰었고 이에 삼성바이오도 4년 연속 적자를 보던 기업에서 1조9000억원의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바뀌었다. 금감원은 이것이 고의적인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정을 상위기관인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도 수용했다. 증선위는 지난 11월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내리고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검찰 고발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삼성바이오는 주식거래가 중지되며 상장폐지 심사 대상까지 오르는 굴욕을 경험했다. 다만 지난 10일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에 대해 상장 유지를 결정하고 주식거래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는 당시 회계기준 변경이 적법한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점을 강조하며 현재 행정소송을 통해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해 제약바이오업계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서도 하나의 사건으로 꼽힐 만큼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뉴스는 그 파장이 컸다”며 “더구나 이번 이슈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 승계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여 업계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기업 연구개발비 자산화 시점 논란도=한편 올 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연구개발비에 대한 자산화 시점에 대한 논란도 큰 논란거리였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이런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 대부분이 연구개발비에 해당된다. 때문에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느냐 또는 비용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회계 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투입된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면 기업의 영업이익이 크게 높아져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추진하던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실패하거나 중단 또는 연기될 경우 자산화한 연구개발비는 일시에 비용으로 뒤바뀌게 된다. 투자자의 막대한 피해는 물론이고 기업은 존폐의 위험까지 갈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런 불안감을 불식시키고자 지난 9월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비 자산 시점 기준을 정했다. 신약은 임상 3상 승인부터,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승인부터, 제네릭(복제약)의 경우 생동성시험(오리지널 의약품과 생체이용률이 동등한지 검증하는 시험) 계획 승인부터 자산화가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리고 지나치게 연구개발비를 자산화시켜 기업가치를 부풀리도록 보이게 의심됐던 제약바이오기업 10곳에 대한 테마감리를 실시했다. 당시 금감원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해 회계처리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감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증선위는 이 10곳 기업에 대해 회계상 일부 오류가 발견됐지만 큰 잘못이 발견되지 않아 계도 조치로 마무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비를 어느 시점부터 자산화시키느냐는 그 동안 기업 자율에 맡겨왔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해 금융당국이 나서 기준을 제시한 것은 다행”이라며 “다만 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 나온 결론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락가락’ 기준과 산업 특수성 헤아리지 못한 정부=한편 올 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회계 이슈가 불거진 이유에 대해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불명확한 기준에 따라 한 기업의 회계처리가 시기에 따라 정반대로 나오기도 하고 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오히려 회계 기준은 보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의 경우 2016년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금감원의 결론은 ‘회계처리 과정에 문제없다’였다. 하지만 정부가 바뀐 뒤 2017년 다시 삼성바이오에 대한 특별감리가 실시됐고 1년여의 감리 결과 완전히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금융당국이 똑같은 회계처리 과정에 대해 이번에는 고의적인 분식회계였다고 하면 누가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정치적인 의중이 들어간 것이 아닌지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기준은 보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도 지적되는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한 분야로 제약바이오산업을 점 찍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회계 처리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내세워 오히려 기업들의 개발 의지를 꺾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산업은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특수성을 가진 분야”라며 “이런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타 산업과 동일한 회계 기준 등을 들이대면 투자는 소극적으로 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정부가 말하는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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