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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변동의 이해와 통계 리터러시
뉴스종합| 2018-12-12 11:35
한해가 저물고 있다. 평창올림픽으로 시작한 2018년은 남북영수회담과 북미 영수회담 등의 역사에 남을만한 외교적 성과로부터 시작하여 최저임금 상승, 성적조작, 미투 운동, PC방 살인사건, 유치원 파동, KT화재 등 올해도 역시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주변에서 목격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돌파라는 좋은 뉴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예산안 졸속처리, KTX 탈선 등 사회 곳곳의 파열음으로 묻히는 것이 안타깝다.

데이터사이언스 분야에서 올해의 큰 사건을 뽑으라면 지금은 관심이 조금은 멀어진 지난 9월의 통계청장 인사 파동을 꼽을 수 있다. 통계청은 매우 전문적인 기관이며 정치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고 여겨졌다. 통계청장 인사가 국민적 관심이 된 것은 해방 이후 처음일 것이다. 가계소득조사나 표본설계 등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용어들을 매스컴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기이한 경험이었다. 우리나라 통계학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정치권의 통계학에 대한 무지에서 시작되었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통계학은 세상을 보는 눈이며,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우리나라에서 일반 국민들의 통계학에 대한 이해, 즉 통계 리터러시에 대한 사회적 성숙도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4차산업 혁명의 핵심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핵심과학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통계학의 이해는 우리나라 산업의 선진화 및 고도화를 위해서 필수적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효율적인 사회적 합의의 도출을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된다. 읽기, 쓰기, 계산하기 등과 같은 기초적인 소양에 통계 이해하기도 포함되어야 한다.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통계로는 평균을 들 수 있다. 평균 학점, 평균 나이, 평균 수명 등 우리는 평균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친숙하다. 그러나 평균은 변동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1940년대에 미 공군에서는 전투기 조종사들의 신체구조를 측정한 후 가장 평균적인 신체구조에 최적화된 조종석을 만들었다가 크게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조종사 누구도 평균체형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ADHD 장애를 극복하고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된 로드 로즈의 저서인 ‘평균의 종말’에서 평균에 대한 오해와 허상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유명한 부인과 의사 로버트 디킨슨와 조각가 아브람 벨스키의 공동연구로 탄생한 평균여성의 조각상인 ‘노르마(Norma)’ 조각상도 평균의 허구를 잘 보여준다. 이 평균조각상과 비슷한 여성은 없기 때문이다. 3864명의 여성 중 9개의 신체항목에서 평균치에 근접한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평균은 재능, 지능, 성격 등과 같은 개인과 관련된 결정에서는 쓸모가 없을 뿐 아니라 잘못된 결론으로 우리를 유도할 수 있다.

평균보다는 개인적 차이를 나타내는 변동에 대한 이해가 통계학의 핵심이다. 데이터에 존재하는 정보란 평균이 아니고 변동이다. A라는 분식집은 매출이 매일 10만원이다. 그러면 한 달 평균도 또한 10만원이다. 하지만, 이 분식집 사장님은 매출관련 데이터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다. 반면에 B라는 분식집은 하루는 5만원, 그 다음 날은 15만원으로 변동이 있다면, 평균은 10만원으로 같아도 매출의 변동에 대해서 궁금해할 것이며,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여기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통계학이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장 인사 파동과 관련된 가계소득조사의 문제는 변동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조사하기 가장 어려운 통계가 가계별 소득이다. 부부끼리의 소득도 서로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하물며 국가기관에 솔직하게 소득을 보고할 가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조사하기 어려운 통계의 변동을 정책적 효과로 보려고 한 해석이 인사 파동이라는 해프닝을 만들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곧 3만불이 된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개별 소득의 평균이다. 3만불에 취하지 말고, 평균의 이면에 있는 변동을 살펴보아야 한다. 양극화라는 변동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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