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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모두를 위한 ‘포용’
뉴스종합| 2018-12-17 11:44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며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고 정부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으로 포용 성장, 지속가능 발전, 사람 중심은 우리만의 고민이 아닌 국제 사회와 세계 각국의 동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2015년 UN총회에서 193개 회원국 정상들은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2016년부터 15년간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169개의 세부목표를 국제사회 공동과제로 추진키로 합의했다. 2000년부터 시행된 ‘밀레니엄개발목표(MDG, Millennium Development Goals)’가 목표달성에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SDG가 새롭게 추진된 것이다.

MDG가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통한 빈곤 퇴치에 초점을 맞춘 반면, SDG는 목표의 대부분이 ‘모두를 위한’, ‘포용적인’, ‘지속가능한’이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농업, 식량, 기후변화, 생태계 등 농업과 환경 관련 주제도 많이 등장했다. 세계 정상들이 인류 공동체를 위한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자 인류가 이러한 가치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가치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소수만을 위한 배타적이고 경쟁적인’ 사회현실이 자리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는 “인구증가나 기술진보에 의한 대부분의 이익이 토지와 이권의 독점적 소유자에게 흡수되어 빈부의 차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1879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1900년대 이후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사회는 발전하는데 왜 빈곤은 심화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근대적 세계관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근대를 연 자본주의는 경쟁을 혁신과 발전의 주된 동력으로 여겼다. 자연히 개개인의 자율성, 독립성이 우선되고 개인주의가 강조되었다. 유명한 노래제목처럼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이 용인되는 사회였다. 문제는 이것이 이권화·제도화되면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점이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고착된 사회는 결국 회복성과 지속가능성을 잃고 만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31위였다. UN의 2018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157개국 중 57위였으나, 국민이 느끼는 행복의 격차를 나타내는 ‘행복불평등도’는 이보다 훨씬 낮은 96위였다. 지난 수십년간 국가경제는 성장했지만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하락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이 비슷한 경제수준의 국가보다 삶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로 “경제발전은 달성했으나 인간 진보(human progress)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소외감 대신 사회의 일원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사회적 포용’을 강조했다.

연말이 되면서 소외계층, 소외된 이웃과 같은 말이 자주 들린다. 물질적인 나눔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함께’라는 포용일 것이다. 포용은 모두를 끌어안는 것이자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2019년에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사회가 더 가까워지기를, 그리하여 경제성장률보다 우리 국민들의 ‘행복성장률’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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