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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일자리 중심 기업평가체계’ 도입하자
뉴스종합| 2018-12-24 11:12
기업들의 혁신성장 즉, 혁신(革新)이란 가죽을 벗겨내는 듯한 고통스런 노력의 결과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경남 산청에서 국내 유일의 비확산(Outlet)공법으로 별도 부품이 필요 없는 스프링클러 분기배관을 제작하는 A사는 2009년 창업 당시 매출 10억원, 영업이익 1억원에 지나지 않는 기업이었다. 지난해 매출 144억원에 영업이익 6억원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어선 것이다. 종업원 증가는 더욱 괄목할 만하다. 2015년 60명이었던 직원 수는 이듬해 65명, 지난해에는 107명으로 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A사의 성장 배경에는 CEO와 직원의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등 혼연일체된 노력이 있었다. 이와 함께 정책자금·기업진단·교육연수·내일채움공제 등 정부 시책이 적기에 맞춤형으로 지원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A사가 다른 기업에 비해 정부지원을 손쉽게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기업성장에 비례해 직원 채용 등 인재에 투자했던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기업은행 등 공공기관의 기업평가 기준은 성장성·수익성·안정성 등 재무성과가 중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책지원을 받으려는 기업은 단기 재무성과에 치중해 설비투자를 미루거나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성장잠재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경우도 적지 않았디. 심지어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중소·벤처기업을 경영했으며, 이스타항공을 직접 창업해 죽음의 계곡을 넘어 혁신기업으로 만들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재무평가보다 직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지 여부가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로 더 유용하다고 본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설비투자도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정도 활용하면 감가상각이 마무리된다. 반면, 직원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퇴직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렇기에 직원을 늘리는 결정은 기업 안팎의 거시환경·기업역량·중장기 비전 등 종합적인 요인을 감안한 최고 수준의 의사결정이기 요구된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중진공 융자업체에 대한 최근 4년(2013∼2017년)간 실적분석 결과, 3년 연속 직원 수가 증가한 중소·벤처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매출성장성은 2.8배인데 비해 부실위험은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중진공은 뿌리산업 등 전통 제조업·첨단 4차 산업·서비스업 등을 구분하지 않고 일자리창출 성과에 따라 기업평가를 간소화하고 정책자금을 신속히 지원하는 ‘일자리 하이패스제도’를 앞장서 도입했다.

현 정부는 저성장과 청년실업 등 어려운 현재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사람중심 일자리경제·혁신성장·공정경제를 국민경제의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혁신성장의 궁극적 성과가 일자리창출을 목적하고 있다면 정부와 공공기관의 기업에 대한 평가기준도 고전적인 재무성과 평가에서 벗어나 일자리창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중진공이 선도한 ‘일자리 중심 기업 평가체계’가 사회 각 분야에 확산돼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들을 선제적으로 스케일업(Scale-up)시키고, 혁신기업으로 변신케 함으로써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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