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현장에서] 정책의 역설…기해년 양극화를 경계한다
뉴스종합| 2018-12-31 11:01
2017년 ‘촛불’의 기세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맡는다.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으며 2018년 한 해가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됐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한 해에 세차례나 열리는 등 기대와 희망의 찰나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과 아쉬움을 부르는 또 다른 얼굴이기도 했다. 시간을 거듭할수록 세간의 평가는 부정적으로 변해갔다. 이는 지지율이 말해준다. 취임 초 80%대 지지율로 높은 기대를 받았던 문재인 대통령이다. 최근 이뤄진 2018년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40% 초반으로 급락해 있다. 더욱이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른바 ‘데드크로스’ 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의 이런 평가는 현 정부에게는 더욱 뼈아프다. 현 정부가 소신을 갖고 온전히 정책을 집행한 한 해였다. 2017년 인수위 없이 출범해 국정 파악에 적지않은 시간을 쏟았던 해와는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

역시 문제는 경제였다. 보다 정확하게는 민생이었다.

2018년 대한민국의 매크로(거시) 지표 자체는 크게 나쁘다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 GDP의 핵심 동력인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갔다. 2018년 연간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60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 해 수출이 60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미국과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번째라 한다. 2017년말 2만9745달러였던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18년 3만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GDP 성장률은 지난해 3% 보다 낮아지겠지만, 주택 시장의 호조세에 기반해 급증했던 건설투자가 크게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일견 수긍이 가기도 한다. 부동산 버블로 경기를 떠받쳐 오던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지표가 아니었다. 경제 구조의 변화에 있었다. 심각해지는 양극화가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양극화는 약자를 대변하는 현 정부의 정책이 더욱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2018년 경제계에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최저임금이었다. 최저임금은 2년 연속 두자릿수로 인상돼 새해 1월1일부터 시간당 8350원이 적용된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들이 급증한 기형적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에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사회의 또 다른 약자인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여기에 최근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법정 주휴수당과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논란까지 더해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저임금 정책은 대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지적해 온 정부가 도리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적용되다 최근 계도기간이 연장된 근로시간단축도 양상이 비슷하다.

대기업 근로자는 줄어든 근로시간 덕에 이른바 ‘워라밸’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반면 아직 적용 대상이 아닌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야근을 하며 이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또한 양극화다. 추후 근로시간단축을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하겠다지만, 중소기업들은 이미 임금 대비 생산성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줄어든 근로시간을 보충하고자 인력을 추가로 고용할 경우 비용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전년 연간 30만명이 늘었던 취업자수는 2018년 1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노년층의 은퇴와 취약 산업의 구조조정을 감안하더라도 취업자수 급감을 설명할 수 있는 논리는 양극화밖에 없어 보인다. 경쟁력이 취약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앞다퉈 일자리를 줄인 것이다. 더욱 우울한 건 정부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다면 2019년 이런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점이다.

한 때 가정의 계층을 묻는 질문에 대다수가 본인을 중산층이라 답한 시절이 있었다. 중산층이라 답하던 이들은 이제 스스로를 빈곤층이라 응답한다. 중산층이 붕괴된 시대. 그렇잖아도 소박한 희망마저도 사치가 돼버리는 때에 적어도 정부가 양극화를 조장하는 우를 새해에는 더는 보지 않기를 바란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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