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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호황은 좋고 불황은 더 좋다”
뉴스종합|2019-01-02 11:45

불황기에 마케팅 전문가들이 영업맨들에게 즐겨 들려주는 예화가 있다. 한 회사가 영업직 지원자를 상대로 ‘나무빗을 스님에게 팔라’는 문제를 제시한다. 세 사람만이 끝까지 도전해 각각 빗 1개, 10개, 1000개를 팔았다. 1개를 판 사람은 머리를 가려워 긁적거리는 스님에게 사정해 겨우 성공했다. 용케 10개를 판 사람은 불자들이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고 불공을 드려야 한다고 한 게 먹혔다. 1000개를 판 사람이 압권이다.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유명한 절 주지스님을 찾아가 “이 곳까지 오는 신자들에게 부적과 같은 뜻으로 소중한 선물을 해야 한다”며 빗에다 스님의 필체로 ‘적선소’(積善梳:선을 쌓는 빗)라고 새겨주면 더 많은 신자가 찾아올 거라고 설득했다. 주지스님이 나무빗 1000개를 사서 신자에게 선물해보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해서 이 사원에게 수 만개의 빗을 추가 주문 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10년 간 누려왔던 경기 확장이 끝나가고, 미ㆍ중 무역분쟁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세계경기 동반침체라는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한국의 간판 기업 조차 연말 인사에서 임원승진을 최소화하고, 세대 교체를 서두르고, 군살빼기에 나선 것은 한파를 견뎌낼 본능적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남들이 움츠리는 불황기야말로 부의 재편과 산업지형도를 새로 그릴 기회라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6조원 시대를 열며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2011년말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면서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태원 SK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이듬해 부터 적게는 2조8000억, 많게는 10조원 가까운 투자를 지속했다. 이같은 과감한 선제적 투자로 메모리 반도체 수퍼호황기의 승자로 거듭났다. 특히 반도체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자투성이 기업에 베팅한 최 회장의 결단은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얼마전 코웨이를 다시 품에 안으며 부활한 윤석금 회장도 불황기에 성장신화를 썼던 인물이다. 우리나라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사용한다는 정수기 간판업체 코웨이가 도약대를 마련한 것은 외환위기의 한 복판에서다. 이 회사도 당시 여느 기업처럼 물건이 안 팔려 큰 위기를 맞았다. 이때 내놓은 아이디어가 정수기를 싸게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는 렌털사업.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07년 하반기에 이르자 렌털 회원 수가 450만명에 이르고 시장점유율이 60%까지 치솟았다. 렌털 시장은 이제 건조기, 오븐, 스타일러 등으로 영역을 크게 넓히며 4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윤 회장이 공유경제 시대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마쓰시타전기 창업자는 “호황은 좋고 불황은 더 좋다”고 했다. 불황을 새 아이디어를 꽃피울 승부수로 여겼다. ‘월스트리트의 구루’로 불리는 경제학자 피터 번스타인은 “대공황 때 큰 돈을 번 사람이 훨씬 많았다”고 설파했다. 남들이 모두 움츠릴때 ‘야성적 충동’으로 기회를 포착하는 도전적 기업을 올해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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