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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 운하 따라 뽀득뽀드득…썸타는 그들, 어느새 연인으로
라이프|2019-01-08 11:01
영화 ‘러브레터’의 홋카이도
도야코호수·요테이산·붉은 쇼와신산…
우스산 정상 동서남북 그림같은 풍경 일품
유황냄새 솔솔…‘日 3대 온천’ 노보리베츠
시대촌 ‘게이샤쇼’ 여행객 참여로 친근감 더해
오도리공원·방송탑 등도 필수 여행 코스



[홋카이도(일본)=함영훈 기자] “오늘에야 다시 꺼내봅니다. 당신이 머문 곳에서. 가슴이 아파 이 편지는 차마 보내지 못하겠어요. 이 추억들은 모두 당신 거예요. 잘 지내요? (おげんきですか : 오겡끼 데스까)?”

와타나베 히로코는 홋카이도 ‘텐구야마 스키장’ 인근 설원을 다시 찾는다. 이곳에서 잃은 첫사랑 후지이 이츠키를 그리며, “오겡끼 데스까?”라는 인사와 함께 순정의 울음을 터뜨린다. 한국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던 영화 ‘러브레터’, 그 절정의 장면이다.

“이 목숨 다 바쳐서 내 진정 당신만을 사랑해”라는 닭살 돋는 표현 보다, “잘 지내?”, “밥은 먹었니?”라는 말이 또 하나의 사랑 표현으로 각인된 것도, “라면 먹고 갈래?”라는 별 뜻 없어 보이는 말이 진한 구애라는 것도, 이 영화가 만들어냈을지 모른다.

블라디보스토크와 맞먹는 북위 43도 안팎이라도, 홋카이도는 온기와 열기 넘치는 ‘사랑의 땅’이다.

몇 달 전 지진이 있었기에 지난해 12월 당시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KATA) 회장과 200여명 한국사절단이 애정의 마음으로 방문해 “잘 지내?”라고 안부를 물었더니, 그들도 “이젠 우리도 잘 지내, 놀러 와~”라고 답했다. 순수의 아이누족이 살던 곳이라 그런지 현지 주민도, 본섬에서 마중나온 일본 관광 리더들도 진정성있는 표정으로 화답한다. 일본측은 트와이스를 좋아하는 장순령(22)씨 등 재일 한국인들을 양국 우정의 한마당 스태프로 특채했다.

한국인 여행자들의 첫 방문지로 예정된 오타루는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유명한 항구도시이다. 삿포로시에서 차로 50분거리에 있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도로변 허공에는 땅으로 향하는 화살표 모양이 줄지어 나타난다. 온통 흰색인 설국의 도로와 인도를 구분해주는 홋카이도 다운 교통표식이다.

과거 물류 수단으로 쓰이던 오타루 운하 양 옆으로 등불이 켜지면 썸 타던 남녀도 금새 연인이 될 만큼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운하를 중심으로 즐비하게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은 옛날 상업이 번성했던 시기 창고들이지만 지금은 비어(beer)가든 등으로 변신하며 관광객들의 사랑스런 재잘거림이 넘치는 장소가 됐다.

삿포로에서 남서쪽으로 100㎞ 남짓 이동하면 2009년 G8 정상회담 장소로 세계적인 입소문을 탄 호수, 도야코(洞爺湖)가 있다. 도야코 가는 길엔 얼핏 후지산을 닮은 요테이산(羊蹄山)이 보인다. 팽이를 엎어놓은 듯한 산은 습곡 지형으로 인해 산 하부로 여러 갈래 흰 띠를 드리운듯 하다. 산 아래 마을 오두막들은 지붕에 포근하게 눈(雪)을 이고 서, 흡사 흰색 스머프집 같다.

요테이산을 조금 지나면 최고 수심 179m, 동서 지름 11㎞ 규모의 도넛 모양 칼데라호 도야코가 열린다. 둘레 43㎞에 달하니 비슷한 모양새의 임실 옥정호(13㎞)의 몇 배나 된다. 도야코 전망대에 서면 호수 복판에 4개의 큰섬, 작은섬 나카지마(中島)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물안개가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내다 햇빛과 밀당 하며 옮겨다니더니 서서히 걷히는, 생물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겨울엔 유람선을 타고 섬 주위 풍경을 감상하고, 여름엔 낚시와 수상스키를 즐기는 곳이다.

인근 쇼와신산(昭和新山)은 70여년전 밭에서 화산활동이 일어나면서 불쑥 솟아오랐는데, 아직도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곳에서 한 기상청 직원이 화산활동과 지진을 세심하게 기록해 닥칠 일을 예측하고 대비책을 일기처럼 남겼는데, 이는 일본의 지진과학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린 밑거름이 됐다. 쇼와신산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우스산(有珠山) 정상에 오른다. 이곳에선 남서쪽으로 태평양, 북으로 도야코호수와 요테이산의 듬직한 자태, 서쪽으로 지름 350m의 흰 연기 뿜는 분화구, 남동으로 붉은 쇼와신산이 다 보인다.

도야 마을 동쪽 노보리베츠는 규슈의 벳푸, 하코네와 더불어 일본 3대 온천지이다. 도깨비상이 있는 마을에서 계곡을 따라 10분가량 올라가면 산과 개울 곳곳에서 흰연기가 나고 유황냄새가 풍긴다. 산기슭엔 눈이 쌓였는데, 아래 계곡엔 온천수가 끓는다. 다른 지류에선 유황이 흘러나온다. 유황이 지나가는 곳엔 식물이 없고 붉은색 푸른색의 흙더미만 쌓여있다. 이 풍경을 주민들은 ’지옥’이라고 묘사했다. 가장 지옥같은 풍경속에서 가장 건강한 온천을 제공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근 시대촌((時代村))은 우리의 민속촌이다. 일본 본섬의 온갖 민속놀이를 집약한 여러 공연이 동시다발로 진행된다. 게이샤쇼에선 한국인 관광객을 쇼군으로 선발, 해학 넘치는 상황극, 즉흥극을 펼쳐 친근감을 더했다.

삿포로 중심부의 오도리공원, 방송탑, 옛도청사건물, 시계탑, 신치토세공항의 ‘스마일로드’ 역시 홋카이도 여행객의 필수 여행지이다. 한일간 우정이 깊어지면서 ‘모든 한국 항공사 홋카이도 전면 직항’이 한달전 완성됐다. 입장 바꿔 남을 잘 배려하는 홋카이도 주민들은 한국인들이 한국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친한(親韓) 여행 인프라를 더 확충해 적극 구애에 나섰다. 그리고 친구, 연인들이 함께 맛보는 홋카이도 대표 과자, ‘시로이코이비토(白い人:하얀 연인)을 한국인들에게 내밀며 우정의 말을 전하고 있다. “오겡끼데스까”라고.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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