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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금 vs 보유세… 재건축 공시가 딜레마
부동산| 2019-01-11 11:18
공시가 오르면 부담금 보유세
주민 “민원 넣어 부담금 낮추자”
일부 “부담금 얼마인지 모르는데”


서울 광진구 워커힐 아파트.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에 나서면서 재건축을 시작하려는 아파트 단지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을 줄일 수 있지만, 당장 내야하는 보유세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의 워커힐 아파트는 최근 공시가격 인상 문제로 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해 일부 주민들이 정부에 단체로 민원을 넣어 공시가격을 높였기 때문이다. 당초 실거래가의 55% 정도만 공시가격에 반영됐는데 민원을 통해 60% 수준으로 올렸으며, 올해도 공시가격을 더 올려달라고 민원을 넣을 방침이다.

이들이 공시가격 인상을 원하는 이유는 재건축 부담금 때문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사업 완료 시점의 아파트 감정평가액과 사업 시작 시점의 공시가격의 차이가 액수를 좌우한다. ‘재건축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설립일을 기준으로 하는 사업 시작 시점의 공시가격이 높아야 부담금이 낮아지는 구조다. 워커힐 아파트는 아직 재건축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공시가격을 높인 후 추진위원회를 설립한다는 복안이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지난해 민원을 넣어 성공한 것만으로도 재건축 부담금이 2000만원 정도 줄었다고 들었다”며 “공시가격을 한꺼번에 많이 올리기는 힘들기 때문에 지금부터 매년 올려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시가격 올리기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 당장 내야하는 보유세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하고 향후 공정시장가액비율(종부세 과표를 정하는 비율)까지 매년 올리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공시가격까지 올라가면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공시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한 주민은 “재건축 부담금은 언제, 얼마가 나올지도 알 수 없고, 위헌 소송이 진행 중이라 실제 부과될지 여부도 불확실한데, 미리 겁먹고 보유세를 많이 내는 쪽으로 추진하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형평성 때문에 이 아파트 공시가격을 올리면 재건축과 상관없는 주변 아파트까지 공시가격을 올려야 한다”며 “주변 단지 주민들도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워커힐 아파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포함한 여러 갈등 끝에 최근 재건축 추진 조직의 집행부가 공시가격 인상 반대파에서 찬성파로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갈등은 강남구 개포주공 5ㆍ6ㆍ7 단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곳 역시 공시가격을 올린 뒤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해 지난해 공시가격 인상 민원을 넣었던 단지다. 재건축을 찬성하는 소유자가 80%가 넘기 때문에 공시가격 인상에 찬성하는 측이 우세하지만, 보유세 부담 때문에 주저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재건축 부담금이 수억원일 거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일단은 공시가격 인상에 찬성하지만, 문제는 인허가 등 문제로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 보유세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이나, 재건축 부담금이 나오기 전에 팔고 나가려는 소유자 입장에서는 공시가격 인상이 좋을 리 없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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