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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 농업’
뉴스종합| 2019-01-14 11:35
영국 런던에는 ‘컬티베이트 런던(Cultivate London)’이라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런던 서부의 버려진 지역을 농장으로 변모시킨 도시농업 단체로 구직 중인 청년이나 실직자들을 고용하기도 하고 취업알선을 위해 조경·원예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학교 정규교육과정과 연계한 환경교육, 농장체험을 실시하고 파종, 제초, 수확 등 농장 일손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지역사회의 자원봉사를 통해 농장을 운영해 나간다.

‘컬티베이트 런던’처럼 농업에 기반을 둔 사회적 기업은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공동체 활동을 추구한다. 농업은 단순히 농작물을 생산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체험, 교육, 식품안전성,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자립,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 구축 등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촉매제가 된다.

‘사회적 농업 활성화’는 우리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사회적 농업 시범사업 대상자로 9개 조직을 선정했으며, 올해 연초에 9곳을 신규로 선정했다. 대표적인 곳이 충남 홍성의 ‘행복농장’이다. 영농활동을 통해 심리·정신적 질환을 지닌 장애인들에게 재활과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일자리까지 창출하고 있다. 행복농장 외에도 정신과 전문의와 농업인 등이 설립한 사회적 협동조합, 고령자·저소득층 등 사회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농업법인 등이 정부의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어 우리나라 사회적 농업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2017년 협동조합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인구 30만명 미만 시·군 131개 농촌지역에 소재한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의 숫자는 5045개에 이른다. 농업·농촌 분야가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적합한 환경임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향후 잠재력도 높다. 최근 농림어업 분야 취업자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귀농·귀촌 연령도 젊은 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농업은 농작물 생산뿐만 아니라 조리, 가공, 체험, 유통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나주 본사 사옥 1층에 ‘이화빵집 with aT’가 문을 열었다. aT와 전남장애인종합복지관, 나주시의 예비사회적기업인 베이커리회사가 뜻을 모아 함께 개설한 빵집이다. 지역의 장애인, 다문화가정 여성 등이 매장에서 근무하며 자신들이 만든 빵과 과자를 판매한다. 특히 우리밀과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내산 농산물 소비촉진과 지역농가 소득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aT는 이번에 문을 연 빵집뿐만 아니라 사옥 1층에 위치한 카페 매장에서도 전남장애인종합복지관 훈련생들에게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화빵집 with aT’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취약계층의 자립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공공기관과 지역사회의 상생·협력모델, 그리고 사회적 농업의 한 가지 가능성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컬티베이트 런던’에 쓰인 ‘컬티베이트(cultivate)’는 경작하다, 재배하다는 뜻도 있지만 관계를 구축하다, 사고나 행동방식을 기르다는 뜻도 있다. 농작물을 키우면서 사람들은 이웃 주민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치유할 수 있다. 함께 키우고 함께 자란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포용’과 ‘성장’이자 농업이 지닌 놀라운 힘이다. 사회적 농업에 대한 세계 각국의 요구와 흐름의 배경에는 이러한 농업의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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