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르포] ‘손혜원 의혹’이 휩쓸고 간 목포 원도심, 남은 것은 ‘폭풍전야’
뉴스종합| 2019-01-23 09:29
-‘부동산 투기 논란’의 목포 현장 가보니
-현지인 “적산가옥 셋 중 하나는 이미 외지인 소유”
-‘孫 의혹’ 보다 외지인 유입 늘어난 것 걱정 분위기
-주민ㆍ시 모두 “도심재생사업 좌초될까 그게 우려”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전남 목포시 원도심 골목. 오후 6시임에도 불이 켜진 간판은 창성장이 거의 유일하다. 주민들은 외지인이 건물을 사들이고 방치해 원도심이 사실상 유령도시처럼 변했다고 했다. [사진=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목포)=유오상 기자] “원래 있던 주민들은 어느새 모두 쫓겨나고 지금 여기 건물 셋 중 하나는 외지인 소유입니다. 사람들이 떠나니까 이제 거리 절반은 빈집이죠. 고양이가 들어가 사니까 ‘고양이집’이라고 불러야 하나?”.

전남 목포시 대의동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모(44) 씨는 “이 거리가 얼마나 침체됐는지 보고 싶으면 저녁에 방문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주변이 어두워지는 오후 6시만 돼도 거리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씨는 “있던 주민도 떠나갔던 곳이 원도심”이라며 “그나마 쓸만한 건물은 이미 외지인들이 사버려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손혜원 의원이 전남 목포 문화재구역 지정 지역에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십 수년간 조용했던 목포 원도심은 연일 뒤숭숭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손 의원의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손사래 쳤지만, 논란이 계속되면서 혹시나 재생사업이 좌초될까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22일 오후 6시, 논란이 된 창성장이 있는 목포시 해안로 229번 길을 찾아가자 낮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50m 길이의 도로변에 불이 켜진 간판은 창성장과 야식업체 단 두 곳 뿐이었다. 애초에 거리의 절반은 빈 점포였다.

사정은 다른 골목도 비슷했다. 오히려 부서진 채 방치된 적산가옥이 조금은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이곳은 버려진 동네나 다름없다. 투기라도 좋으니 거리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도심 내부에 버려진 일본식 건물. 인근 주민에 따르면 수년 전까지 주점으로 이용됐지만, 유동인구가 줄면서 폐업한 뒤 방치되고 있다. [사진=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전남도와 목포시 등에 따르면 시내에 있는 일본식 가옥은 모두 540여채에 달한다. 이중 파손 상태가 심해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한 주택을 제외하면 350여채 정도가 남는다. 이중 100여채는 최근 몇년 새 등기부상 주인이 바뀌었다. 주변 부동산업자들은 이들 중 대부분 외지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행복동 인근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주민 장모(59) 씨는 자신의 집 바로 앞에 방치된 한 적산가옥을 보여주며 “지난해 주인이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건물이 방치되고 있다”며 “손 의원이 샀다는 건물 중에도 지금 쓰이고 있는 건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실제로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건물 중 상당수도 현재 흉물처럼 방치돼 있는 상태다. 부동산업자 김모(61) 씨는 “적산가옥은 개별 필지 면적이 작아서 20채를 샀다 하더라도 그걸 투기로 볼 수는 없다”며 “손 의원이 투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손 의원의 투자 전후로 외지인의 유입이 많아졌고, 집들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어 말이 생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문화재 구역 내에서 손 의원의 조카가 운영 중인 카페. 방문객과 인근 주민들이 붙여놓은 응원 메시지로 유리벽이 채워져있다. [사진=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주민들은 손 의원 투기 논란이나 부동산 가격 급등보다도 진행되고 있는 도심재생사업이 좌초될까 노심초사했다. 이전부터 도심복원 활동을 했었다는 한 갤러리 점주는 “지금 상황에서 정쟁보다는 사업 유지가 더 중요하다”며 “목포 입장에서는 귀한 기회인데 이번 논란으로 시기를 놓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 역시 “지난해 12월까지만 하더라도 도 주최로 원도심 문화ㆍ관광사업 투자유치 간담회가 열려 도지사와 여당 의원들이 참석하기도 했었다”며 “좋은 분위기였는데 투기 논란으로 사업에 영향이 있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시는 일단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구역 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의 경우 개인으로부터 다시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올해 배정된 사업비 11억2000만원도 근대건축자산 매입비 45억원, 보수비 24억원 등으로 편성을 마쳐 집행할 예정이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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