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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원조 거부’ 베네수엘라 대혼란…“전문직 여성 몸팔아 생계유지”
뉴스종합| 2019-02-12 11:45
의사들 “물품 반입 허용을” 시위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휩싸인 베네수엘라에서 해외원조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대혼란에 빠지고 있다.

미국이 인도주의 원조를 요청한 과이도 국회의장과 야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2000만 달러(약 225억원) 어치의 비상식품과 의약품 등을 보냈지만, 베네수엘라 국경수비대는 1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국경도시인 쿠쿠타와 베네수엘라 우레나를 연결하는 티엔디타스 다리를 봉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가짜 인도주의 원조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하자 콜롬비아쪽 티엔이타스 다리 초입에서는 20여 명의 베네수엘라 의사들이 원조물품 반입 허용을 촉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과이도 국회의장은 “25만~30만명의 국민이 즉각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면 죽을 위험에 처해 있다”며 조만간 원조물품의 반입과 배포를 위한 계획이 준비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과이도 국회의장과 야권은 12일(현지시간) 대규모 시위를 개최해 마두로 정권을 상대로 원조물품의 국내 반입을 재차 압박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CNN방송은 11일(현지시간) 더 나은 삶을 찾아 베네수엘라를 떠났지만 절망에 빠진 베네수엘라 여성들의 삶을 조명해 보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300만명 이상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자국을 떠났고 100만명이 이웃인 콜롬비아로 이주했다.

간호사였던 마리자(익명)는 2년 전 어머니와 세 아이를 남긴 채 베네수엘라에서 콜롬비아로 떠났다. 그녀는 전공 분야의 일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재 매춘을 하고 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매일 음식과 기저귀를 보내기 위해 일을 한다.

마리자는 “수년 간 베네수엘라인들은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해왔지만, 오일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제가 불안정해졌다”며 “둘 다 나라를 잘못 이끌어 국민들을 위기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변호사였던 말시아 역시 두 아이와 노부모(64)를 남겨 둔 채 베이비시터나 청소부 같은 일자리를 찾아 일주일 전 콜롬비아로 갔다. 하지만 지금도 그녀의 아이들은 밥을 먹지 못한 채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극한의 삶에 내몰린 것은 전문직 여성 뿐만이 아니다. 수천명에 달하는 젊은 이주 여성도 마찬가지다. 수의사를 꿈꿔온 에리카(17)는 7개월 된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몸을 팔고 있다.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콜롬비아 쿠쿠타에서 미성년자가 일자리를 찾기란 더욱 힘들다. 한편, 안팎에서 퇴진 압력을 받는 마두로 대통령 측은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를 대비해 비밀리에 망명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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