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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손혜원 의원 사건을 보면서…
뉴스종합| 2019-02-13 11:19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 사건이 요즈음은 잠잠하다. 처음엔 요란하더니 이제는 가뭄에 콩 나듯 보도되고 있다. 목포 출신 박지원 의원에 대한 공격이 회자될 뿐 검찰 고발이나 국회의 국정조사 건은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다. 와글와글하던 분위기는 증발했다.

이 사건은 ‘부동산 투기’로 시작되었지만 며칠 안가서 이익충돌이나 공직자로서 합당한 행동을 한 것이냐 아니냐는 윤리문제 쪽으로 옮겨졌다. 투기는 법의 영역이고 이익충돌은 판단이 어려운 윤리 쪽이다. 일단 초점이 바뀐 후 손혜원 의원의 영악한 반격(?)이 시작됐다.

브랜드 작명으로 명성을 쌓았고 나전칠기박물관을 만든 홍보·문화전문가인 손의원은 이 사건이 불거지자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낙후된 지역경제 재건을 위해 부동산을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투기의혹을 근대문화보존 운동으로 슬쩍 비틀어 놓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현지에서 요란한 기자회견을 통해 낙후된 목포경제 재건, 팽개쳐진 문화유산 보존에 뛰어 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감성을 자극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지역 여론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동시에 그 지역 터줏대감인 박지원 의원을 공격하면서 예봉을 피했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손의원이 홍보가 아닌 선전선동 기법을 사용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선전(propaganda)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이 아니다. 여론형성이나 대중의 태도 변화를 겨냥해 사실을 선택적으로 뽑아 현란한 어휘나 이벤트로 포장하여 전달하는 방법이다. 감성적으로 대중을 조작하고 조정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선전은 독재정권들이 대중조작을 위해 즐겨 사용해 왔고 단기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그 방법은 정교해 지고 세분화되었다. 그 중 하나가 논점 바꾸기(issue transfer)이다. 권위나 명분을 개발해 다른 슬로건이나 논점을 만들어 포장을 하는 기술을 말한다. 낙후된 지역 경제 발전, 버려진 근대 문화유산의 보존 등 멋진 말들이 그것이다.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의 미미한(?) 활동을 공격하여 희생양을 만들고 본인이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목청을 세운다. 일단 급한 불은 끈 형국이다.

그러나 손의원은 홍보와 선전을 구별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홍보는 충분하고 적절한 양의 정보를 제공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이다. 정직하고 투명한 태도가 기본이다. 선전, 선동은 조정이나 조작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에 홍보와는 판이하다. 하지만 손의원은 변명과 궤변만 늘어놓았을 뿐 정정당당하지 않았다.

한나 아렌트는 이성적인 진리와 사실적인 진리를 구별해 놓았다. 이성적인 진리는 다툼이 필요 없는 공리 같은 것이고 사실적인 진리는 우연적이고 조작된 사안을 말한다. 사실적 진리는 힘이나 이미지 메이킹 또는 속임수로 만들어 진다. 그리고 잠시 동안 존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이성적인 진리(실)은 단순하고 명쾌하고 영속적이다. 군더더기가 붙으면 그건 속임수에 다름 아니다. 임기응변이나 기교보다 정직하고 당당하게 진실을 알리는 것이 공직자가 할 몫이다.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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