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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이민화 KCERN 이사장·KAIST 교수] 인간은 왜 게임을 좋아할까?
뉴스종합| 2019-02-13 11:19
인간은 왜 게임을 좋아할까? 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가르는 질문이다.

인간의 동기부여가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성공과 실패를 갈라놓았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과 실패는 현실과 가상이 융합하는 미래 사회의 동기부여 혁신에 달려 있다. 오프라인 현실의 동기부여 방식인 당근과 채찍은 4차 산업혁명에서 온라인과 창조적 도전이라는 두가지 한계에 부딪혔다. 이제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동기부여 방식으로 게임의 기법을 이용한 ‘게임화(gamification)’가 대부분의 유니콘 기업에서 채택되는 이유를 알아보기로 하자.

인간의 뇌는 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뇌의 존재이유는 계산이 아니라 예측이다. 이동하는 동물은 예측해야 하므로 뇌가 있으나, 이동하지 않는 식물은 뇌가 없다. 말미잘 유충은 이동하므로 뇌가 있으나, 붙박이 성충은 정착해 이동하지 않으므로 뇌가 사라진다. 뇌는 매우 비싼 비용을 요구한다. 몸 무게의 2%인 뇌는 20% 이상 최대 40%까지의 산소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를 키운 동물이 예측능력 때문에 진화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인간은 생존경쟁 과정에서 더 잘 예측을 하도록 진화했다. 미래를 예측하고 최적의 맞춤을 해야 살아남는다. 예측 결과가 맞으면 뇌의 모델을 강화하고, 틀리면 수정하는 인간이 생존의 기회를 높였다. 즉, 환경에 대해 최적의 적응 뇌를 확보한 인간이 성공했다.

게임의 퀘스트(quest)와 리워드(reward)는 예측과 보상의 압축과정이다. 인간이 오랜 진화과정에서 익숙해 왔던 패턴이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것이다. 예측이 맞을 경우 엔돌핀과 같은 물질보상이 제공된다. 개인에게 보상으로 재미를 주는 이 과정에서 중독현상이 발생한다.

도전과 예측과정이 없이 엔도르핀의 보상만을 추구하는 것이 마약중독이다. 재미와 의미가 분리되면 타락하거나 삭막해진다. 의미 없는 재미는 타락이고, 재미 없는 의미는 삭막이다. 의미 없는 재미의 극한이 마약중독이다. 그런데 예측 즉, 도전의 퀘스트가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면 재미는 의미와 순환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게임화가 된다.

4차 산업혁명의 동기부여는 재미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개인의 재미가 전체의 의미가 되도록 하는 것이 미래 조직의 성공비결이다. 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개인에게 동기를 촉발하고 그 결과로 사회가 발전하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된다. 칸아카데미는 분명 온라인 교육기업이다. 그런데 작동방식은 애니팡과 같은 게임과 거의 동일한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즉, 도전에 성공하면 게임 포인트를 얻고 개인들간 리더 보드로 경쟁을 부추기고 배지로서 명예욕을 자극한다. 핏빗과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업체도 아마존과 같은 커머스업체도 대동소이하다. 게임의 기술과 인간의 미학을 순환시키는 게임화가 미래 동기부여 방식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보다 욕망이 주도하게 된다. 인간의 미충족 욕망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디자인하고 욕망을 지속시켜야 한다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성공전략이다. 현실과 가상을 융합해 욕망을 디자인하는 ‘O2O 서비스디자인’이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통해 동기부여를 촉진하는 게임화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선정한 이유다.

다행스러운 것인 한국이 아직은 게임강국이라는 점이다. 한국인의 도전과 열정을 게임화로 승화시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때다.

이민화 KCERN 이사장·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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