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또 터진 내부고발, 공정위는 동기보다 시시비비 가려야
뉴스종합| 2019-02-15 11:21
또 내부고발 사건이 터졌다. 이번엔 공정위다.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급)은 공정위가 기업 담합을 알면서도 늑장 조사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 묵인했다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지철호 부위원장 등 공정위 전ㆍ현직 간부 10여 명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따라 검찰도 최근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유 국장이 문제삼은 것은 공정위의 유한킴벌리 담합 고발건이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2005년부터 10년간 공공입찰에서 대리점과 함께 담합행위를 벌여 75억여원 규모의 입찰을 따냈지만, 2014년 이를 자진신고(리니언시)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지난해 2월 과징금 2억1000여만원을 면제받았다. 하지만 담합행위 여부조차 모른 상태에서 유한킴벌리 본사의 지시대로 움직인 대리점들은 수천만원 씩의 과징금을 받아 당시 ‘갑의 배신’이라 불리며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유 국장은 공정위가 지난 2014년 자진신고를 받고도 3년이나 지난 뒤에야 현장조사를 벌이는 등 고의로 조사와 처분을 미뤘다고 주장한다. 공소시효 5년이 지나 처분이 내려진 지난해 2월에는 이미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공정위 담합 사건 처리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자신을 업무에서 배제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김 위원장이 퇴직자 취업 비리 검찰 수사와 관련해 검찰 진술 내용을 제출하도록 압박하고 언론 접촉을 통제했다”는 얘기도 했다. 공정위 비리 수사와 관련한 내부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는 주장인 셈이다.

공정위는 14일 해명자료를 통해 ”담합사건에 연루된 대기업을 봐줬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처리의 부당함을 지적했다고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 또한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밝혔다. 내부고발 당사자가 판사출신에 국장급쯤 되니 꼴뚜기나 미꾸라지 등 격한 표현없는 논리적 대응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정부들어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등 굵직한 내부고발만 벌써 여러건이다. 공익제보로 분류될지의 여부는 차지하고라도 사실 자체는 충분히 문제가 될만한 일들이다. 김 위원장은 오랫동안 시민단체에서 재벌개혁 관련 운동을 벌여왔다.그런 그가 대기업 봐주기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게다가 유한킴벌리는 공정위 퇴직자들의 재취업 비리에 연루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유 국장의 주장은 충분히 ‘합리적 의심’이라 할만하다.

이번에는 내부고발자의 동기가 아니라 사실 확인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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