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페인팅·노동요의 조화 덜 그리기의 어려움…
라이프| 2019-02-18 11:42
백현진 개인전…PKM갤러리서 내달 31일까지


작가 백현진의 직업은 여러가지다. 배우, 음악가, 감독, 그래픽디자이너, 화가, 설치미술가, 행위예술가. 다양한 예술 분야를 지치지 않고 넘나드는 그가 개인전을 연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 선정이후 약 1년여 만이다.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는 회화작가 백현진의 개인전 ‘노동요 : 흙과 매트리스와 물결’을 15일부터 연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전시엔 총 66점의 회화가 걸렸다. 신작 페인팅과 퍼포먼스 ‘뮤지컬: 영원한 봄’이 매주 펼쳐진다.

전시는 작가 백현진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 즉흥적이고 자유로우며, 연상을 기본으로 하는 시적 시각언어들로 채워졌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전시 제목에 대해 “땅에 버려진 매트리스와 아지랑이처럼 일어나는 흙먼지, 끝없는 물결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것을 한데 감싸는 보자기 같은 장치로 ‘노동요’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백현진 작가에게 노동요는 작업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늘 흥얼흥얼 하면서 적막감을 유지하고자 노동요를 부른다”고 했다. 남들은 적막과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부르는 노동요이건만 작가에겐 반대로 작용하는 장치다.

작품 배열도 작가가 작업실에서 작품을 놓던대로, 의미없이 무작위로 설치됐다. “설치 매뉴얼이 없다. 일부 시리즈는 좌우상하도 없다. 가로로 길게도, 세로로 쌓을 수도 혹은 바닥에 놓는 것도 가능하다” 즉흥적이고 시적이다.

한 변이 93센치인 정사각형의 린넨 캔버스는 그 자체로 독립된 작업이지만 배열하는 모양에 따라 하나의 유닛으로도 보인다. 린넨 특유의 누런 빛이 그대로 비치는 캔버스엔 드로잉이 자리했다. 강아지나 소녀처럼 형상이 있는 것부터 일정한 패턴만이 반복되는 비구상도 있다. 공통점은 모두 ‘최소한으로’ 그렸다는 것. 작가는 “덜 그리는 게 어렵다. 작가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저만 해도 하얀 표면을 보면 뭔갈 그려야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일종의 강박이다”라며 “뱃심이 있어야 덜 그리려나 싶다”고 했다. 하얀 바탕을 정복하지 못한 작가는 약간의 트릭을 썼다. ‘바탕색이 있다면 덜 채워 넣으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린넨으로 캔버스를 만들었다. 최소한의 개입이 성공적인지는 판단하는 건 관객들의 몫이다.

백현진 작가는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는 등 미술계에서도 굵직한 커리어를 쌓고 있지만, 여전히 배우로, 음악가로도 활동중이다. 천상 아티스트인 그의 성향을 다 담아낼 그릇이 없어서일까. 음악과 미술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 질주한다는 덴 변함이 없단다.

1972년생, 올해로 47세인 작가의 장래희망은 무엇일까. 씩 웃으며 돌아온 답이 걸작이다. “듣도 보도 못한 노인이 되고싶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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