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정체성’이 묻어나는 기업 미술관 컬렉션
라이프| 2019-02-18 11:42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첫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팝아트거장 인디애나 ‘LOVE’ 눈길
이불 ‘Secret Sharer’ 국내 첫 공개
동·서양 어우르는 작품 중심 전시

석파정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 기념 소장품전 ‘거인’
김환기作 푸른점 가득찬 ‘십만개의 점’
도예 명장 권영배 ‘달항아리’와 조화
‘아시아 담은’ 폴 자쿨레 판화전도



미술관의 성격의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분야가 바로 컬렉션이다. 혹자는 “컬렉션이 미술관의 정체성”이라고도 한다.

미국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유럽 모더니즘에 빠져있는 미술관이 초국가적으로 의미있는 컬렉션을 보유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구겐하임 UBS 맵 글로벌 아트 이니셔티브(MAP)’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세계 문화적 관습과 역사를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서울에서 기업을 베이스로 한 두 개의 미술관이 자신의 컬렉션을 내건 전시를 진행중이다. 미술관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서울 신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개관 이후 첫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을 개최한다.

전시엔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작품이 나왔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미국 팝아트 거장이자 지난해 작고한 로버트 인디애나 작가의 ‘LOVE’다. 사진으로 이미 익숙한 이 작품은 뉴욕 맨해튼 55번가에 설치한 작품과 동일한 에디션이다.

또한 이불 작가의 ‘Secret Sharer’도 나온다. 국내 미술관에서 최초 공개다. 작가가 16년간 키운 죽은 애완견을 표현한 것으로, 늙은 황구가 종종 먹은 것을 토해내곤 했는데 이러한 형상을 재현한 작품이다.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플라스틱 등으로 움직이는 기계 생명체를 창조한 최우람 작가의 ‘Una Lumino’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현문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학예팀장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다양한 소장품 중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대형 회화나 사진, 조각,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며, “새로운 시각과 시도를 담은 세계의 현대미술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 기념전 ‘거인’=조선 말기 왕족 정치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별장이었던 석파정(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을 품고 있는 서울미술관은 신관 개관을 기념해 소장품전을 개최한다.

설립자인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이 직접 기획한 전시로 김환기, 서세옥, 정상화 등 한국 근현대 회화 대가들의 작품이 나왔다.

전시 하이라이트는 수화 김환기의 ‘십만개의 점 04-VI-73 #316’(1973)이다. ‘환기 블루’라 불리는 푸른 점들이 가득찬 명작이다. 권영배 도예 명장의 달항아리와 함께 설치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서울미술관 측은 “우리 미술의 우수한 정신성과 기품 있는 멋을 그려낸 대가들의 예술세계를 느껴보는 동시에 꾸밈없는 색상과 당당한 기형미, 소박한 자연스러움의 극치인 달항아리를 통해 전통과 동시대의 미학이 우리 미술에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표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시아를 그린 서양화가’로 알려진 폴 자쿨레의 작업을 소개하는 전시도 열린다. 일본 판화 스타일이 다분해 완벽하게 한국의 미를 담아냈다고 보기는 힘드나, 20세기 초 서양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의 모습이 흥미롭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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