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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더위 사가” 정월대보름 꼭 먹는 음식과 귀밝이술 어떤 의미?
라이프| 2019-02-18 14:23
정월 대보름을 닷새 앞둔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부럼용 견과류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운자 기자] 설을 쇠고 나서 보름이 지난 후 어김없이 찾아오는 명절이 바로 정월대보름이다. 본격적인 새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정월대보름날 선조들이 먹어온 오곡밥과 부럼, 그리고 귀밝이술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을까. 또 “내 더위 사가라”는 더위를 파는 풍속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우선 팥, 수수, 차조, 찹쌀, 검은콩을 기본으로 하는 오곡밥은 인간의 오장(五腸:간, 심장, 비장, 폐, 신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새 생명을 시작하려는 봄철을 앞두고 오장육부에 영양소를 균형 있게 공급하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부럼으로 사용되는 호두와 땅콩도 대표적인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가 있는 영양소로 겨우내 주려 있던 배를 채워주고 살을 찌개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머리털도 검게 해 주는 등 고칼로리 식품에 해당한다.

정월대보름날 귀밝이술로 사용되는 청주는 보통 데우지 않고 그냥 마신다. 청주 한 잔을 마시면 그 해 귓병이 생기지 않고 1년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여겨 남녀노소 모두 귀밝이술을 즐겼다. 이는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청주 한 잔으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건강을 유지한 데 도움을 주는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대보름날 행사중 하나였던 ‘더위팔기’ 기원에 대해서는 확실하지가 않다. 다만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해뜨기 전까지 더위팔기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해가 뜬 뒤에는 효험이 없어 아침 일찍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상대방이 응대하면 “내더위 사가라”고 소리치면 그해 더위를 타지 않고 넘어간다고 믿었다. 지역에 따라 자기 나이만큼 더위를 팔아야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곳도 있다. 

더위팔기가 얼마나 성행했으면 남의 더위를 사지 않겠다는 뜻으로 “내더위 맞더위”라고 소리치는 응대법도 나왔을 정도라고 한다.

첨단기기가 일상화된 요즘, 얼굴을 맞대고 더위를 팔기보다 휴대전화를 걸어 더위를 파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이날 만큼은 새벽일찍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겠다.

yi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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