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2050년도에는 인공태양이 전기 만든다”
뉴스종합| 2019-02-21 13:51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섭씨 1억도 달성은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로 가는 문이다.”, “그 말에 100% 동의한다. 일본도 아직 해내지 못한 연구를 한국이 했다.”

스티븐 코울리 미국 프리스턴플라즈마물리연구소(PPPL) 소장의 말에 유타카 카마다 일본 국립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QST) 나카 핵융합연구소 부소장이 맞장구를 쳤다.

세계 핵융합 석학들이 20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가 세계 최초로 섭씨 1억도를 달성한 데 대해 “1.5초 밖에 유지하지 못했지만 남은 과제를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매우 중요한 성과”라며 입을 모았다.

이날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가진 공동 인터뷰에는 코울리 소장, 카마다 부소장, 토니 도네 유럽 핵융합컨소시움(EUROfusion) 프로그램 책임자가 참석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KSTAR 장치 업그레이드를 진행, 이를 바탕으로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를 300초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도전적인 연구를 이어 수행할 예정이다.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장치인 ‘KSTAR’의 모습 [출처 국가핵융합연구소]

▶“인공태양으로 전기 만드는 시대 온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은 인류의 미래 에너지원으로 기대되는 핵융합 에너지를 2050년대에 상용화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 부호를 던지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에너지원이지만 지금까지 연구개발 속도로 봤을 때 핵융합 발전이 가능하기까지 과학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에 처음 유럽에서 핵융합 에너지 로드맵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2040년대에 전기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기가 2050년으로 예상된다.

이에 도네 책임자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이 늦어진 점을 지적했다. 그는 “ITER에서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기술의 검증이 늦어졌기 때문에 로드맵 일정이 전부 미뤄졌다”라며 “그러나 2035년도에 ITER에서 핵융합 에너지가 본격적으로 발생되면 정책 관계자들도 핵융합 에너지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유럽은 ITER 건설이 진행되면서 핵융합 에너지 연구가 과학적 접근이 아닌 실질적 에너지원이라는 인식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ITER 프로젝트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과학기술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7개 국가가 참여하는 대형 국제공동 과학기술 프로젝트다. KSTAR 설계와 조립 등을 이끈 국내 연구진 34명이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 남부에 카다라쉬에 실험로 건설해 2025년 첫 플라즈마를 생성하는 것이 목표다.

카마다 부소장도 “2050년대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는 가능하다고 본다”라며 “일본에서 핵융합 에너지 연구는 학술적 연구가 아니라 현실적인 에너지원 개발을 위한 연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좌측부터 유타카 카마다 일본 국립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QST) 나카 핵융합연구소 부소장, 토니 도네 유럽 핵융합컨소시움(EUROfusion) 프로그램 책임자, 스티븐 코울리 미국 프리스턴플라즈마물리연구소(PPPL) 소장 [출처 국가핵융합연구소]

▶현재로선 토카막 방식이 최선= 코울리 소장은 “미국은 그동안 레이저 핵융합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핵융합 연구를 시도해왔는데 토카막 방식보다 좋은 성과를 보여준 연구는 없었다”라며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 연구가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토카막은 태양처럼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핵융합 장치다. 플라즈마를 구속하는 D자 모양의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즈마가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 내에서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어한다. KSTAR는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장치다. 코울리 소장은 현재 미국의 상전도 토카막 핵융합 장치인 ‘NSTX’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일본도 2020년 운영을 목표로 대형 초전도 토카막 장치인 ‘JT-60SA’의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핵융합실증로를 개발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카마다 부소장은 ‘중성자를 맞은 구조물(블랑켓)’ 연구 분야에서 특히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블랑켓 기술은 일본이 상당히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되고 있다”라며 “다른 장치들과 블랑켓 장치를 연결하고 통합하고 것이 더 중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분야에 더욱 집중해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울리 소장은 “미국은 블랑켓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오지 않았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오클리지 국립연구소 등에서 일부 연구를 수행했지만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연구를 많이 수행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미국 역시 2050년대 대형 핵융합 발전소 개발 계획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렇게 되면 블랑켓 기술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연구 과정을 참고해 앞으로 더욱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카막 [출처 국가핵융합연구소]

▶저장 가능한, 안전, 청정 에너지= 핵융합 에너지는 바닷물 속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연료가 되기 때문에 탄소도, 핵폐기물도 배출하지 않는다. 핵융합 에너지가 안정성이 확보된 청정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카마다 부소장은 “지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당시 원전 내부에 쌓여 있는 사용 후 핵연료 수소 바닥에서 냉각수가 누출되면서 온도가 제어가 되지 않고 끝까지 치달았다”라며 “그러나 핵융합 에너지는 이러한 온도 상승이 자체적으로 생성되지 않아 매우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전은 핵융합 방식과는 정반대 원리로 가동된다. 원전은 우라늄의 핵분열 반응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코울리 소장도 “핵융합 발전소는 발전로 가동 시 안에 들어가 있는 연료의 양이 매우 소량”이라며 “사고가 일어나서 연료가 유출돼도 나오는 에너지량이 매우 적어 원전과 비교해 굉장히 안전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원전 사고가 일어나면 방사능 문제로 모두가 대피해야 하지만 핵융합 에너지는 사고가 일어나도 장치 주변만 위험할 뿐 멀리 대피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도네 책임자는 핵융합 에너지가 대용량 저장이 가능한 청정 에너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아무리 효율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전체 사용 에너지의 40% 정도 밖에 책임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에너지를 대용량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핵융합 에너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