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北美, 실망→관망→공방
뉴스종합| 2019-03-21 10:20
-최선희ㆍ볼턴, 강경파 전면 재등장 눈길
-“WMD 포기해야” vs “강도 같다” 설전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 북미가 실망과 관망 단계를 넘어 공방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북미는 유엔 군축회의에서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둘러싸고 강도 높은 설전을 주고 받았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과 미국 사이의 긴장이 점차 고조되는 모습이다. 북미 양측이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좀처럼 관계회복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고받는 메시지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북미의 포스트 하노이 첫 반응은 실망이었다.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이후 열차로 왕복 7600㎞를 달리며 최장기 외유에 나섰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빈손으로 평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가 다시 이런 기차 여행을 해야 하겠느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비핵화 범주에 핵과 탄도미사일에 더해 생화학무기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WMD)까지 포함시킨데 대해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회담 결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주 흥미롭고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그러나 때로는 걸어 나와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북미는 이후 관망 상태에서 향후 구상과 전략을 가다듬는 시간을 보냈다. 정상회담과 이를 준비하는 실무협의 과정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분명히 파악한 만큼 다음 수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이 기간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미사일발사장에서 복구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한때 긴장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실망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대응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낌으로써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관망은 오래 가지 않았다. 먼저 움직인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외교안보라인 핵심인사들이 총출동해 지속적인 대북제재를 통한 압박과 3차 북미회담 개최 가능성 시사 등 대화를 병행하며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핵화 해법으로는 모든 WMD 및 운반수단 포기와 체제안전 및 경제발전을 주고받는 일괄타결식 빅딜로 교통정리했다.

이에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내세워 비핵화협상 중단과 핵ㆍ미사일시험 재개 검토라는 초강수로 반발했다. 최 부상은 또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과 타협할 의도도, 이런 식의 협상을 할 생각이나 계획도 결코 없다”며 일괄타결식 빅딜을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미국은 다시 북한의 핵ㆍ미사일시험 재개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대북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응수했다. 특히 북미가 강 대 강으로 맞서는 상황에서 양측의 강경론자인 볼턴 보좌관과 최 부상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북미 사이의 긴장은 외교무대에서 설전을 주고받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주용철 북한 제네바대표부 참사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일림 포블레티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과 미국의 선 비핵화ㆍ후 제재완화 입장이 확고하다고 밝히자 “강도 같은 태도”라고 맹비난했다. 외교소식통은 “북미 양측의 비핵화와 제재완화에 대한 인식차가 커 당분간 긴장관계 지속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양측 모두 정상 차원의 신뢰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는 만큼 톱 다운식 해법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