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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쇼크’ 기정사실화 초강수 둔 삼성전자…적극적 소통으로 시장 충격 줄인다
뉴스종합| 2019-03-26 10:22
- 1분기 실적 시장 기대치 보다 낮아…분기 6조원대 유력
- 사전 공시 통해 시장 눈높이 낮추고 주주와의 소통 효과 높여
- 시장 회복기 대비한 시안ㆍ평택라인 가동 등 ‘초격차’ 전략 강화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삼성전자가 26일 자율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실적의 ‘어닝쇼크’ 가능성에 대한 강한 시그널을 보냈다.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자율공시를 통해 전반적인 실적 상황에 관해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올 1분기 실적 잠정치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기대치를 확실히 낮추는 동시에 주주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1분기 실적 시장 기대치 하회할 것…6조원대 영업익 전망=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를 통해 “당초 예상보다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사업의 환경이 약세를 보임에 따라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직 분기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전 설명자료를 배포한 것은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시장의 실적 예상치가 실제 실적보다 여전히 높다고 판단,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4분기에는 시장 예상치를 낸 것과 차이가 커 당일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낸 바 있다”며 “3월말 결산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미리 자율공시를 통해 실적전망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평균치)는 매출 53조6437억원, 영업이익 7조9810억원이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1.42%, 영업이익은 48.98% 감소한 수치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도 매출은 9.48%, 영업이익은 26.11% 줄어든 수준이다.

이날 파격적인 공시로 1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사업은, LCD 패널의 비수기 속 중국 패널업체의 Capa(생산능력) 증설로 인한 공급 증가로 당초 예상 대비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Flexible(플렉서블) OLED 대형 고객사 수요 감소 및 LTPS(저온폴리실리콘) LCD와의 가격 경쟁 지속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시장 예상 대비 실적이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초호황을 이끌던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사업의 부진이 예상보다 나쁘다는 설명이다.

비수기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약세 속에서 주요 제품들의 가격 하락폭이 당초 전망 대비 확대가 예상되면서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8Gb DDR4 D램 평균 고정가격은 올해 1월 6달러로 전월 대비 17.2% 하락했고, 2월에는 14.5% 더 떨어져 5.13달러가 됐다. 작년 9월보다 가격이 60% 가까이 급락한 셈이다. D램보다 가격 하락이 먼저 시작됐던 낸드플래시도 128Gb 제품 가격이 올해 1, 2월 각각 전월대비 3%와 6.6% 떨어졌다. 3월들어 가격 하락폭이 1, 2월과 비교해 다소 완만해지는 상황이지만 상반기까지는 가격 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위기에 강했던 삼성…기술력으로 경쟁업체와 격차 확대에 주력= 이날 어닝쇼크를 기정사실화한 삼성은 사업 전망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전략도 함께 제공했다.

삼성전자는 “어려운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기술리더십을 기반으로 제품 차별화를 강화하면서 효율적인 리소스 운용을 통한 원가경쟁력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주력 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적 R&D 투자 등 핵심역량 강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술격차를 확대하는 한편, 공급 능력에서도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과거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경쟁사들과의 치킨게임에서 생존한 DNA를 기반으로 향후 메모리 시황의 회복기에 대비해 연내 중국 시안, 내년 3월 평택 2공장 조기 가동 등 공급 플랜을 차례차례 시행 중이다.

지난 2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김기남 부회장은 부품분야 현황 보고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에 따라 5G, A(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차량용 반도체 등 신성장 분야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메모리 사업의 경우 3세대 10나노급 D램과 6세대 V낸드 개발로 차세대 공정에 대한 기술격차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고대역폭메모리(HDM) 등 차별화 제품으로 고성장 신사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시황 변동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평택과 중국 시안 2라인의 양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서도 7나노 극자외선(EUV) 적용 제품 최초 양산하고, 시스템 LSI(시스템반도체) 부문은 5G 모뎀의 세계 최초 상용화 등으로 각각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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