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비핵화 동력 살렸지만 각론엔 온도차 여전한 韓美
뉴스종합| 2019-04-12 11:16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핵 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의 불씨를 가까스로 살려냈다. 1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두 정상간 회담의 표면적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장과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우리측이 밝힌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입장을 조속히 파악해 알려달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다시한번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만하면 1박3일 강행군을 마다않은 문 대통령으로선 소기의 목적은 거둔 셈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대화의 비핵화 동력을 살린 것은 맞지만 실제 북미가 핵담판 협상테이블에 다시 앉기까지는 난관이 적지않음도 새삼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이 원론적인 입장은 함께 하면서도 각론에선 온도차가 뚜렷하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굳이 서두를 이유는 없다’며 속도조절론을 내세운 게 그 예다. 어느 정도 속도가 나기를 희망하는 문 대통령의 생각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빅딜’도 ‘스몰딜’도 아닌 이른바 ‘굿 이너프 딜’ 중재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속도를 유지해며 북미 대화를 이어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는 빅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빅딜이란 핵 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제안을 일축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를 위한 부부적 제재 완화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다각적으로 이를 추진해 왔고, 미국측과 협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지원하겠지만 역시 지금은 그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제동으로 개성과 금강산을 통해 북한 설득하려던 문 대통령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공은 이제 북한으로 넘어갔다. 북한은 한미정상회담 전날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열고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없다”며 기존 노선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핵과 미사일 개발 재개’ 등 강성발언은 없었다는 건 그나마 긍정적이다. 북한 역시 대화의 여지는 남겨둔 것인 만큼 비관적으로 생각할 이유는 없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은 우리 뿐 아니라 국제사회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이를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은 당연히 평가 받아야 한다. 하지만 조급하게 서둔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한 걸음 쉬어가는 여유의 필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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