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칼럼
[직장신공]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으려면?
뉴스종합| 2019-04-18 11:34
‘자동차 브레이크를 생산하는 중견기업 생산부에 다니는 경력 6년의 과장입니다. 이번에 차장님이 새로 들어왔는데 부장님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완제품 검수와 불량률 감소 방안 연구가 제 담당인데 부장님이 차장을 제치고 직접 보고하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이런 일이 벌어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좋다. 필자가 짐작건대 새로 들어온 차장이 나름 한가락 하는 전문가인 거 같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부장이 장악하고 있던 조직에 뭔가 쐐기를 들이대고 있는 게 아닐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비법을 가지고 왔든지, 아니면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떨어트릴 방안을 가지고 왔든지, 여하튼 뭔가 기존 질서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하는 이유가 그 차장이 정말 실력이 출중해서 부장을 깔아뭉개며 그런 것인지, 아니면 위에서 그 부장에게 뭔가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 반기를 들게 유도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유야 어쨌든 중요한 것은, 차장이 새로 들어오면서 부장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부장이 이분에게 보고를 건너뛰도록 하는 방식으로 차장에게 선제공격을 가하는 건데, 최선의 방책은 싸움의 결론이 날 때까지는 차장에게도 어느 정도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부장한테는 ‘차장 생각은 이러이러합니다’라고 알려야 하고 차장에게는 ‘부장에게 직접 보고하랍니다. 그렇지만 불량률과 대책은 이렇게 나왔습니다.’라고 일정 부분을 비공개로 알려야 한다. 대선 때 강력한 두 후보가 맞서면 우세한 쪽을 지지하는 기업이 그 후보에게 공식적으로 후원금을 내는데, 사실은 상대편 후보에게도 몰래 후원을 한다고 한다. 우세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지만 ‘만에 하나’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중간 직급에 보고를 건너뛰라고 지시받은 과장님이여!! 부장한테 ‘그러는 건 잘못’이라고 들이대며 차장한테 꿋꿋이 보고한다든지, 반대로 차장을 완전히 왕따시킨다든지 하지 말라. 그 어느 쪽도 위험한 처신이다. 조용한 가운데 양쪽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기다리라. 이런 싸움은 길지 않기 때문에 곧 결판이 날 것이고 그때 누가 이기든 당신의 등은 터지지 않을 것이다.

김용전(작가 겸 커리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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