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색색 실로 펼쳐낸 스펙트럼…무한한 빛의 속내를 들추다
라이프| 2019-04-22 11:23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 ‘프리즘판타지’展

가브리엘 다우 ‘플렉서스 넘버 40’

이번에는 ‘빛’이다. 이배와 김호득을 내세워 여백의 미학을 강조한 개관전, 이시대 가장 각광받는 미디어아티스트 콰욜라의 개인전을 선보였던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는 이젠 ‘빛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아트테인먼트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는 예술 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아티스트 11명의 그룹전 ‘프리즘 판타지 : 빛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개최한다. 올해 첫 전시이자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의 첫 기획전이다. 파라다이스재단의 컬렉션을 비롯, 다양한 작품들이 아트 스페이스를 화려하게 채웠다.

전시는 ‘빛’을 주제로 빛의 4가지 속성인 ‘반사’, ‘무한’, ‘스펙트럼’, ‘환상’을 테마로 이어진다. 반사 테마에서는 여러 반사체를 이용해 작품을 선보이는 덴마크의 예페 하인, 이스라엘의 다니엘 로진, 프랑스의 다니엘 뷔렌의 작업이 나왔다. 거울이나 아크릴, 유리 등 다양한 소재가 작품 주변의 환경을 끌어들이고 또 밀어내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무한 테마에서는 칠레의 이반 나바로, 프랑스의 토마스 칸토, 한국의 이불 작가 작품이 포함됐다. 거울 2개를 마주보게 해 끝없이 확장된 것 처럼 보이게 하는 미장아빔(mise en abyme) 효과를 활용, 관객들을 무한의 세계로 초대한다. 특히 이불 작가의 ‘무제(Infinite Wall)’는 전시장 입구에 설치됐다.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 와 데미안 허스트의 ‘아우러스 사이아나이드’가 설치된 그 장소다. 

이불 작가 ‘무제(Infinite Wall)’ 이한빛 기자/vicky@

스펙트럼 테마에서는 가브리엘 다우와 한국작가 신봉철의 작업이 선정됐다. 빛의 스펙트럼을 실과 유리로 표현한다. 빛은 맨 눈으로는 색을 볼 수 없지만, 프리즘을 통하면 그 속내를 보여준다. 특히 2층 전시장 전면에 위치한 가브리엘 다우의 ‘플렉서스 넘버 40’은 전체 전시의 가장 핵심적 작품이다. 바닥에 놓인 ‘V’형태 프레임에 색색의 실을 걸어 환상적인 햇빛의 스펙트럼을 표현한다.

환상테마에서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 나왔다. 일본작가 쿠와쿠보 료타, 한국의 이용백, 덴마크의 올라퍼 알리아슨이 참여한다. 붉은 방에 설치된 이용백의 ‘브로큰 미러’는 LCD 모니터를 덧댄 커다란 거울에 총알이 관통하는 영상이 나온다. 유리파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보이는 것은 모두 존재하는가’하는 화두를 선사한다. 쿠와쿠보 료타의 작업은 이보다는 덜 극적이지만 집중도는 더 높다. 어두운 방안에 설치된 모형기차는 플라스틱 바구니, 컵, 화장지 심 따위 속을 작은 전등을 비추며 지나간다. 불빛은 일상 속에 흔히 쓰는 물건을 벽에 투사하는데, 그림자가 나타나고 사라지며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로 안내한다.

서양미술사의 핵심이었던 ‘빛’을 참여형 전시로 풀어낸 것은 흥미롭다. 미술관과 호텔의 경계를 허물며 ‘아트테인먼트’를 지향하는 파라다이스의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최근 2~3년새 전시장에서 자주 보인 익숙한 작품이 많아 식상한 감이 있는건 아쉬운 지점이다. 

이한빛 기자/v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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