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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년 전 전곡엔 구석기인들이 살았다’ 27회 연천구석기축제 5월3일 개막
라이프| 2019-04-23 09:01
당시 주거지ㆍ생활 재연 볼거리…구석기 바베큐 인기
전곡선사박물관 둘러보고 돌도끼 만들기ㆍ발굴체험도 


[헤럴드경제(연천)=김성진 기자] 북한이 코 앞에 바라다보이는 경기도의 연천은 인근의 포천, 강원도 철원과 함께 서부전선의 대표적인 군사도시 중 하나다. 하지만 50만년전 형성된 주상절리가 도처에 펼쳐져 있고, 구석기 유적이 발굴돼 지질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오는 5월3일부터 6일까지 이곳 연천에서는 ‘너도? 나도! 전국리안’이라는 주제로 제27회 연천구석기축제가 전곡리 선사유적지 및 전곡읍 일원에서 열린다. 이 축제는 벌써 27회째를 맞을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공부도 되고 즐거운 놀이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연천의 ‘구석기 축제’는 단순히 지자체의 관광객 유치수단으로 치부할 수 없다.

연천 전곡리의 구석기 유적은 한반도에 구석기인들이 살았다는 증거일 뿐 아니라 구석기 시대와 지역을 구분해온 세계적인 이론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1978년 전곡리유적에서 발굴된 ‘아슐리안 주먹도끼(석기의 양면을 가공해 다듬어 찍고 자르는 기능을 갖춘 주먹도끼)’는 구석기문화가 인도를 경계로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사용한 유럽 및 아프리카 지역, 단순한 형태인 ‘찍개’를 사용한 동아시아지역으로 나뉜다는 미국 고고학자 H. 모비우스 교수의 ‘구석기 이원론’의 이론을 무너뜨렸다. 전곡리의 주먹도끼가 세계 구석기 지도를 바꾼 것이다. 연천 전곡리의 아슐리안 주먹도끼 발굴을 부러워한 일본의 고고학자는 이보다 오래된 유물을 발굴했다는 사기극을 벌였다가 매장된 것은 물론 일본 고고학계까지 치명상을 입힌 웃지못할 사건도 벌어졌다.

전곡리유적은 1979년부터 현재까지 20여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8000여 점의 구석기유물이 발견되었다. 토층전시관에 1981년 4차 발굴조사 당시의 발굴피트를 복원한 전시시설로 발굴조사 사진과 출토 유물, 발굴조사에 참여한 연구자들의 생생한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다.


연천 구석기축제는 구석기문화 체험은 물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구석기문화와 인류 진화과정, 매머드 등 당시 동물들의 뼈 등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박물관까지 함께 볼 수 있는 학습형 축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대형 화덕에서 구워먹는 구석기 바비큐다. 1m가 넘는 긴 꼬챙이에 꽂은 돼지고기를 참나무 숯불에 구워먹는 바비큐는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지만 부모들 역시 아이들 핑계로 과식을 하기 일쑤다.

세계구석기체험마당에서는 한국 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스페인, 탄자이나, 칠레, 네덜란드,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선사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축제 현장을 즐기다 보면 구석기시대를 리얼하게 재연한 ‘전곡리안(구석기인 복장으로 그들의 생활을 연기하는 사람)’이 석기를 만들고, 집을 짓고 바비큐를 구워 먹기도 한다. 유적지를 활보하면서 구석기 시대를 살아가는 전곡리의 호모에렉투스 전곡리안들과 인증샷을 찍는 것도 축제의 재미다.

이 외에도 역사강사 최태성과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MB Crew의 비보이 공연, 뮤지컬 갈라콘서트와 구석기축제 주제공연 <우리모두 흔들어>, DJ 홍록기와 쏨담이 함께하는 EDM 파티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구석기가종마당에서는 구석기 운동회를 비롯해 마술, 풍선, 저글링, 비누방울 등 어린이를 위한 즐거운 공연이 열린다.


체험마당 옆에 커다란 원시생명체(애벌레를 연상시킨다)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전곡선사박물관도 꼭 들러보자.

2011년 4월 개관한 이곳은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야외체험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평소에도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현장학습을 나와 전시물을 보며 눈이 동그래지거나 고사리손으로 메모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상설전시관은 관람동선을 따라 전곡의 주먹도끼,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 사바나의 최초인류, 최초의 아시아 이주인, 추가령 구조대 고인류의 터전, 전곡의 지층, 선사시대의 문화와 믿음, 극지로 가는 구석기인, 고고학체험센터, 몰핑스테이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몰핑스테이션은 각 진화 단계별 인류들과 자신의 모습을 합성시켜 자신이 선사시대에 어떤 모습이었을 지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

야외체험장은 사냥체험장, 지질체험장, 발굴체험장, 움집체험장, 석기체험장, 고고학교실, 가죽옷교실, 석기체험교실, 인체과학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체험프로그램으로 동굴벽화 꾸미기, 구석기시대의 하루, 진화의 증거를 찾아라, 구석기시대 패션디자이너, 나도 고고학자 등등의 개별 프로그램과 1박2일 선사문화캠프 등이 운영되고 있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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