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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개의 섬…2만마리 갈매기의 천국…희귀 목련 가득한 ‘서해의 보물’ 태안
라이프| 2019-04-23 09:01
‘무인도’ 난도 상공 수놓는 괭이갈매기떼 현란한 군무 장관
목련만발 천리포수목원ㆍ웅도 등대 등 볼거리에 별미도 가득


[헤럴드경제(태안)=김성진 기자] 한눈에 사람을 잡아끄는 치명적인 매력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찬찬히 둘러보면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숨은 매력이 가득하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나태주의 시 ‘풀꽃’의 귀절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느껴지는 곳’이 충남 태안이다.

아름다운 서해바다가 있고,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1500리나 펼쳐져 있으며, 점점이 바다에 뿌려진 듯한 114개의 섬을 품고 있는 태안군은 그런 곳이다. 아픔도 있었다. 일제 강점기였던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서산군에 편입됐됐다가 75년만인 1989년 다시 태안군으로 복군되면서 정체성을 회복했다.

무수한 섬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수려한 풍광, 해저에서 발견되 수많은 유물, 철 따라 선보이는 다양한 별미들이 기다리는 태안의 봄이 객들을 기다린다. 


▶절벽에도 하늘에도 바다에도 괭이갈매기 가득한 ‘난도(卵島)’


알섬 혹은 갈매기섬으로도 불리며, 섬 주위는 50∼70m의 수직 암벽으로 되어 있다. 신진항에서 배로 1시간반가량 걸리는 이섬은 괭이갈매기 번식지로 천연기념물 제334호로 지정되어 있다. 괭이갈매기는 울음소리가 고양이같다고 해서 생긴 이름으로 주로 암벽에 둥지를 틀고 번식하는데, 난도에는 약 1만5000~2만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섬 자체가 온통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여 보통의 배로는 상륙할수도 없을 뿐더러 상륙도 불허된 곳이다. 이 덕분에 철저히 관리되고 통제되는 갈라파고스제도나, 수십년간 인간의 발길이 끊긴 뒤 동식물의 낙원이 된 비무장지대처럼 괭이갈매기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그들만의 낙원이 되었다. 난도의 갈매기떼를 보려면 낚싯배를 빌려 주위를 둘러보는 방법 뿐이 없다. 


배가 섬 주위로 다가가면 갈매기들이 공중을 선회하며 먹이를 기다릴 만큼 인간에 대한 적개심도 없다. 바다 위에 떠서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거나 절벽 위 둥지에서 새끼를 보듬기도 하고 한 두 마리가 갑자기 날아오르면 수천마리가 일제히 창공을 수놓는 모습은 철새도래지를 방불케 한다. 왕복 3시간과 경비를 들일 의사가 있다면 한번쯤 둘러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100년 침묵 끝 열린’ 충남 유일의 유인등대섬 ‘옹도(甕島)’


안흥항에서 30여분 거리인 12㎞가량 떨어진 옹도는 항아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옹도로 불리운다. 충청남도에서 유일하게 등대관리인이 사는 ‘유인등대섬’으로 일반인에게 개방된지 6년 됐다. 1907년 서해 뱃길을 다니는 배들을 위해 등대가 세워졌지만 2013년까지 106년 동안 외부사람들은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지난 2007년 해양수산부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중 하나로 옹도 등대를 꼽았고, 2013년 개방이 되면서 지금은유람선을 타고 섬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선착장이 있지만 파도가 거세 하선할때 주의해야 한다. 섬에 내려 등대를 바라보고 10분만 걸으면 된다. 길도 잘 정비되어 있고 중간에 아담한 동백터널이 여행객들의 촬영욕구를 자극한다. 등대 옆에는 ‘옹도’를 상징하는 도자기 모양의 조형물과 정자가 있으며 이곳에서 섬 주위를 360도 둘러보면 크고 작은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져있는 걸 볼 수 있다. 섬 동쪽으로는 단도와 가의도, 목개도, 정족도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괭이갈매기 서식지인 난도, 궁시도, 병풍도, 격렬비열도가 눈에 들어온다.

선착장을 따라 등대로 올라가는 산책로에는 동백나무 군락이 밀집되어 있다. 옹도는 들어가는 데 30분 정도 걸리지만, 나오는 길은 주변의 바위섬을 관람하기 때문에 1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등대에 오르는 길 옆에는 등대관리인의 생필품을 실어나를 수 있는 미니 모노레일이 눈길을 끈다. 유람선에서 관광객이 내릴 때 쯤이면 스피커로 섬 전체가 들리도록 음악을 틀어주는 것도 흥미롭다. 


▶목련만 840종 보유 기네스북 오른 천리포수목원


태안반도 끝자락 소원면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은 흔히 떠올리는 일반적인 수목원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오래된 나무가 무성한 곳에 조성하는 수목원이나,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꾸며 자연미를 느끼기 어려운 인공정원같은 것과도 다르다. 


천리포수목원은 민간인이 만들었다.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불렸던 설립자 故 민병갈(2002년 작고ㆍ미국명: Carl Ferris Miller)이 40여 년 동안 사재를 털어 일궈낸 우리나라 1세대 수목원이다.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었다. 교육 및 종 다양성 확보와 보전을 목적으로 관련분야 전문가, 후원회원 등 제한적으로만 입장을 허용하다가 2009년에 일부 지역이 일반에 공개되었다.


천리포수목원은 특히 840종의 목련과 식물을 보유하고 있어 기네스북에 올라있으며, 2000년에는 국제수목학회(IDS)로부터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중 하나로 인증받기도 했다.

전체 17만평 중 현재는 일부만 관람이 가능하다. 밀러가든(Miller Garden)은 천리포수목원 내 총 7개의 관리 지역 중 첫 번째 정원으로 2009년 3월 1일부터 개방했다. 밀러가든은 바다와 인접해있어 해안가의곰솔 사이로 탁 트인 서해바다를 볼 수 있다. 수목원을 산책하다가 바다가 보이는 곳에 마련된 나무베드에 누워 한가로움을 만끽해도 좋다.

또 지난 5일에는 밀러가든에 국내유일의 그늘정원이 조성되었다. Deep Shade Garden, Full Shade Garden, Partial Shade Garden으로 나누어 1년 내 짙은 그늘이 만들어 지는 곳과 직사광선이 하루 3시간 이하로 들어오는 지역, 하루4~5시간 양지가 되었다가 음지가 되는 곳으로 공간을 나누어 구성했다.

지난 12일 목련축제가 시작돼 28일까지 이어진다. 타는 듯한 빛깔의 불칸, 클레오파트라, 가녀린 차이나타운, 얼리 버드 등 이곳에 와야만 볼 수 있는 수많은 목련이 만개했다.

다양한 목련과 상쾌한 숲향을 느끼고 싶다면 가든스테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8개의 한옥, 양옥 등 여러 형태의 스테이에 머물며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된다. 


▶‘서해는 역시 갯벌’ 병술만 어촌체험마을


꽃지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병술만 어촌체험마을은 갯벌 생태체험과 바다낚시체험 등 다양한 어촌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미리 그물을 설치해 놓고 밀물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를 잡는 건간망 체험도 할 수 있다. 천혜의 숲과 아름다운 오솔길이 있는 마을로 해변에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편안하게 해안가를 둘러볼 수 있다.


▶게국지와 우럭젓국


태안 서산 당진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인 게국지와 우럭젓국은 고급요리가 아니라 어느 집에서나 먹었던 보통 음식이다. 고급기술(?)을 넣는 것도 아니다. 좋은 재료에, 쌀뜨물에 끓이거나 얼갈이배추를 넣어끓여내던 고향의 맛. 그렇지만 그 맛의 깊이는 만만치 않다. 제대로 하는 집에서 맛을 보고 나면 다시 먹고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게국지는 얼갈이배추에 게국 간장과 무, 무청 등을 넣어 담근 김치로, 태안과 서산 지방의 향토음식이다. 젓갈 대신 들어가는 게국 간장은 능쟁이(참게)를 넣어 삭힌 간장이다. 게국지 김치는 얼갈이배추 대신 무청을 넣어 담가도 맛이 좋고, 작은 꽃게를 넣어 만들어도 좋다. 바닷가인 지역 특성상 젓갈같은 발효식품이 많았고 게국지도 이를 활용한 음식으로,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좋은 단백질원이 되어준다.

우럭젓국은 자연산 우럭포를 먹기 좋게 잘라 파, 고추, 무 등과 쌀뜨물을 함께 푹 끓여낸다. 구수한 우럭젓국은 태안의 대표요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치회도 4월에서 5월초까지가 제철이다. 담백하면서도 씁쓰름한 맛이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각종 야채와 초고추장에 버무려서 무침으로 먹는다. 실치는 몸통이 희고 실처럼 가는 어종이다. 실치의 성질이 급해서 잡은 지 얼마 가지 않아 죽기 때문에 산지에서나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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