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기의 케이뱅크…중금리 대출까지 막히나
뉴스종합| 2019-04-23 09:56
지배구조 ‘불확실성’ 심각
자본부족, 여신여력 저하
규제로 설립취지 빛 바래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출범 3년차에 접어든 케이뱅크의 청사진이 흔들리고 있다. 자본확충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기존에 취급하던 대출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핵심 매출원인 중금리대출까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번진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내놓은 대출상품 6개 가운데 3개는 판매가 일시중단된 상태다. 근로소득자 대상 상품인 ‘직장인K 신용대출’,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소액대출 상품인 ‘비상금 마이너스통장’이다. 이들 상품은 현재 새로 가입할 수 없다.

케이뱅크 측은 일부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일시중단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대출영업에 필요한 자본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신 여력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에도 한도소진 등을 이유로 일부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한 전력이 있다.

이 은행은 최근 예금상품의 금리도 0.1~0.3%포인트(p)씩 낮췄다. 이렇게 되면 은행의 근간인 여수신 흐름이 모두 약해질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출이 줄어든 마당에 예금 유입 속도도 낮출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여러 부분에서 아슬아슬해 보이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케이뱅크가 그간 공들여 키워온 중금리대출(‘슬림K신용대출’)까지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 2년 동안 6000억원 가량을 중금리대출로 공급했다. 자체 신용등급 기준으로 4등급 이하 차주에게 내준 대출은 전체의 60%(건수 기준), 대출잔액으로 따지면 40%에 달하는 주력 상품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을 중단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했던 유상증자 목표치(5919억원)의 일부라도 자금을 조달해 영업 여건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연초 내놨던 영업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케이뱅크는 올해 중금리 대출로만 6000억원 정도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에 GS25 편의점 데이터, 통신 데이터 등을 접목하는 작업을 벌였다. 더 많은 중저신용자들이 대출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CSS 작업이 끝나도 실제 대출영업에 적용되는 시점은 늦어질 수 있다. 이미 케이뱅크가 지난해부터 준비해 상반기에 출시하려고 했던 아파트대출 상품은 론칭 시점이 증자 이후로 미뤄졌다.

현재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으로 구성된 주주단은 회의체를 운영하며 대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주 대신 전환주를 발행해 여력이 있는 주주사들이 매입하는 ‘브릿지 증자’ 등이 거론된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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