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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불법체류자 51%가 건설노동자…숨바꼭질 단속에 “합법 관리” 목소리도
부동산| 2019-04-23 10:28
-건설현장 불법 외국인 근로자 15만9000여명
-정부 단속 vs 건설현장 ‘충돌’ 해마다 반복
-일본은 올해부터 합법 노동인력 관리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양대근ㆍ양영경 기자] “이 근처 전월세 계약은 전부 외국인 노동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유동인구가 줄어 상권이 죽어가는데, 몇몇 식당은 외국인 인부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걸로 간신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인근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이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빌딩, 재건축, 빌라 등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상당수가 외국인이라는 이야기다.

국내 건설현장의 외국인 노동자는 더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현재 적게는 22만명, 많게는 33만명에 달하는 외국인이 종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상당한 숫자의 불법체류자라는 점이다. 건설현장 마다 매년 정부 단속반과의 숨바꼭질이 되풀이되고 있는 이유다.

23일 헤럴드경제가 법무부와 대한건설협회 연구보고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불법체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건설업 노동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 기준 건설업 종사 외국인 근로자는 22만6391명으로 이 중 합법인원 6만7000명을 제외하고 15만9000여명이 불법인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불법체류자가 31만2346명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건설업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작년 한 해 동안 월 평균 1만6000명에 달하는 신규 불법체류자가 생겨났고, 이 가운데 약 5% 정도는 건설업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E-9(비전문취업), H-2(방문취업) 비자 소지자였다. 이에 따라 건설업종 불법체류자는 약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청업체 등 실제 통계로 잡히기 어려운 인원까지 고려할 경우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처럼 불법체류자가 급증하면서 현장에서 정부 단속반과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경기도 김포의 한 건설현장 단속과정에서 미얀마 출신 불법체류자 A씨가 8m 지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 4월부터 법무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ㆍ국토교통부ㆍ경찰청ㆍ해양경찰청 등 5개 부처가 합동 단속반을 구성해 불법체류 외국인 및 불법고용주에 대한 집중 단속에 돌입한 상황이다. 경기도 역시 1월부터 공공부문 공사자의 외국인 불법체류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반면 현장에서는 “내국인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숙련된 내국인 노동자들을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게 현실“이라며 “현장에서 보면 중국인 노동자가 선임이고 한국인 신입은 그 뒤를 따라다니며 배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올해부터 일본에서 도입된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관리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건설 기능자 능력평가제도’와 연계해 외국인도 자신의 능력에 따라 레벨을 부여받고 이에 합당한 보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현장의 불법 외국인력에 대한 단속은 당연하지만 내국인 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외국인력을 쓸 수밖에 없는 건설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도 합법 외국인력에게는 현재 도입 예정인 기능인 등급제를 통한 평가 후 자신의 능력에 합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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