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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호모 사피엔스, 種의 비극과 ‘멸종저항’
뉴스종합| 2019-04-23 11:14
부활절인 지난 21일 스리랑카에서 연쇄폭발 테러가 일어났다. 수도 콜롬보는 물론이고 동부 해안 마을까지 교회와 호텔 등 8곳에서 발생해 최소 290명이 죽고 500여명이 다쳤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연쇄폭발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급진 이슬람조직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번 사건은 소수 종교가 또다른 소수 종교를 겨냥한 동시 다발 대규모 테러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잘 알려진 대로 스리랑카는 불교국이다. 전체인구의 75%가 불교 성향 싱할라족이고 힌두교 성향의 타밀족은 11%다. 두 종족은 30여년간 내전을 벌여오다 지난 2009년 멈췄다. 내전은 사실상 다수파인 싱할라족에 의한 타밀족의 ‘인종학살’에 가까왔다. 타밀족 4만여명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살과 보복의 악순환에서 무슬림과 가톨릭은 비껴서 있었다. 스리랑카의 무슬림은 9%, 가톨릭교도는 6%에 불과해 소수 종파 중에서도 소수였다.

한편, 최근 들어 영국에서는 기후변화 대처를 촉구하는 환경단체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구의 날을 맞은 22일에도 런던에서는 환경단체가 런던 자연사박물관 일부 전시공간을 점거해 기후변화에 대한 영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시위를 주도한 단체의 이름은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이다. 이 단체는 스스로를 “인류 멸종과 생태계파괴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급진적인 변화를 위해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는 국제운동단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멸종’이 키워드다. 학자들은 지금의 지구를 제 6멸종 시대에 들어섰다고 한다. 가장 최근인 6500만년전 공룡이 사라진 것을포함해 4억3천만년전부터 총 5번의 대규모 생물 멸종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구상에 살았던 생물종의 90%가 이미 사라졌는데, 지금은 그 속도가 더욱 빨라져 ‘막장’에 들어섰다는 위기감이 ‘멸종론’에 반영돼 있다. 또 지금까지의 멸종이 자연현상으로 인한 것이라면 제6의 멸종은 인류 때문이라는 반성도 담겨 있다. 인류의 개발과 폭력, 탐식이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결국 모든 생물 종들의 절멸을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 기후 변화 뿐일까.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인류의 언어적 특성을 ‘유연함’과 함께 가상의 실재 곧 ‘허구’(의 창조와 공유 능력)로 보고, 이것이 다른 생물종을 뛰어넘는 진화와 사회적 협력을 가져왔다고 했다. 동시에 허구를 창조하는 언어 및 인지능력은 호모 속(屬)의 유일한 종으로 사피엔스만을 남기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상상과 상징, 곧 신화를 창조하고 인종과 민족, 국가, 종교 등 가상의 실재를 ‘발명’하는 능력이 다른 종과의 생존경쟁을넘어 ‘학살’과 ‘절멸’을 가져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여전히 끊이지 않는 테러와 분쟁, 배타주의의 확산을 보면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이제 인류의 단일 종인 사피엔스가 자기절멸을 향해 더 빠르게 달려나가고 있다는 공포심마저 든다.

자기 종(種)을 향한 폭력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기후변화, 과연 사피엔스의 진화 방향은 멸종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이형석 인터내셔널섹션 에디터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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