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北 “김정은 방러” 확인…드러나는 ‘金 동선’
뉴스종합| 2019-04-23 11:25
전용열차 이용 블라디보스토크로
극동연방대서 푸틴과 정상회담
러 태평양함대 승선 여부 관심
비핵화 답보상태 군시설 방문땐
대미·대중 의미심장한 메시지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을 앞둔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북한 총영사관 앞에 김일성 북한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진 등이 걸려 있다.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북러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김 위원장의 현지 행보도 주목된다. 정상외교의 일정과 동선은 그 자체가 적잖은 메시지를 함축한다.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의 첫 대외활동인 만큼 더욱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우선 김 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방문 때도 중국과 베트남을 찾을 때 이용했던 자신의 전용열차를 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2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230여명의 방문단과 함께 전용열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그림자로 불리며 해외방문시 의전과 동선을 책임지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최근 여러차례에 걸쳐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을 점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러시아 연해주와 블라디보스토크시 당국자들도 현지 철도와 인접 지역 상황을 집중 점검했다.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는 철도로 약 1100㎞ 떨어져 있어 열차 이동에는 20여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8년만의 북러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유력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본관 모습. [연합]

김 위원장의 첫 러시아 현지 행사는 ‘러시아-조선 우호의 집’에서의 환영행사가 될 전망이다. 김일성 주석의 지난 1986년 당시 소련 방문을 앞두고 북한과 러시아 국경지대인 연해주 하산 지역에 세워진 러시아-조선 우호의 집은 일명 ‘김일성의 집’으로 불리며 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때도 환영행사가 열리곤 했다. 김 위원장의 숙소와 북러정상회담 장소로는 블라디보스토크 휴양지 루스키섬에 위치한 극동연방대가 거론된다. 극동연방대는 2012년 아시아태평야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동방경제포럼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정상외교무대로 활용된 바 있다. 김창선은 김 위원장의 경호 책임자인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과 러시아 담당 임천일 외무성 부상 등과 지난 주말 동안 극동연방대학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현지 행보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 시찰 여부다. 일본 교도통신은 22일 러시아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기간 군항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 소속 함선에 승선하고 사령부 인근 전사자 위령비 헌화 계획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 방문이 현실화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논의가 답보상태에 빠진 가운데 의미심장한 대미ㆍ대중메시지로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작년부터 올해 1월까지 중국을 네 차례 방문했으나 군 관련시설을 찾은 적은 없었다.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김 위원장의 방러 기간과 맞물린 23∼25일 모스크바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 시찰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러시아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마린스키 발레단 극장과 극동 지역 최대 규모의 프리모스키 수족관 등도 김 위원장의 방문지 후보로 꼽힌다. 이밖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2년 8월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러시아 극동지역을 둘러볼 때 찾았던 ‘가반호텔’과 빵 공장 ‘블라드흘렙’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