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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추락하는 시장, 잠자는 국회…업계는 한숨만
뉴스종합|2019-05-14 11:19

“업계에서 얘기하면 뭐해요. 어차피 국회에서 안 되잖아요.” 금융투자업계를 취재한 지난 4개월간 업계 관계자들에게 시장 활성화 방안을 물으면 꼭 마지막엔 한숨과 함께 이런 말이 돌아왔다. 연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으로 업계 숙원인 증권거래세 인하가 급물살을 타며 일었던 희망이 어느새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지금 시장은 미국과 중국, 두 대국이 벌이는 무역 패권 전쟁에 크게 휘청이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ㆍ중 무역협상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시계제로’ 정국으로 접어들자 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전날(13일) 코스피지수는 2079.01으로 2080선을 내주며 1월 14일(2064.5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10.5원 뛰어올라 장중 1188.0원을 찍었다. 2017년 1월 11일(1202.0원) 이후 2년 4개월 만의 최고치로, 이 같은 추세라면 1200원까지 깨질 수 있다는 극도의 불안감을 낳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미ㆍ중 갈등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21%), 일본 닛케이225지수(-0.72%), 대만 가권지수(-1.44%)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움츠러들었고, 간밤에 뉴욕증시에서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2.38% 급락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2.41%), 나스닥지수(-3.41%)가 연이어 깨졌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가 30% 급등해 20선을 넘어서는 등 미ㆍ중 관세전쟁 확전 가능성에 시장이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비상사태다. 정부는 시장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며 당분간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를 수시로 열 계획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거래소도 시장점검회의를 열며 시장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당장은 양호한 펀더먼털로 버틸 수 있다지만, 불안감이 더 확산되면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꺾여버린 투자심리다. 미ㆍ중 갈등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자금은 갈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기 부동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순자산액은 120조2357억원(8일 기준)으로, 4개월 만에 다시 120조원대로 불어났다. 줄어드는 듯했던 6개월 미만 예금은행 정기예금도 85조원대로 증가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선거제ㆍ개혁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방으로 멈춰있는 국회를 보는 업계는 답답하기만 하다. 정무위원회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비롯한 ‘금융8법’이,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상법 개정안이 제대로 된 논의도 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이익과 손실을 통합해 세금을 부과하는 손익통산과세 등 세제 개편을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방향에 모처럼 여야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국회가 열리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업계에서는 5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밀려 시장 활성화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 국면을 앞두고 있는 만큼 각종 법안 처리를 통한 시장 활성화는 추진 동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국회가 차일피일 할 일을 미루는 사이 우리 국민 대다수의 금융소득은 빈곤해지고 양극화는 극심해지고 있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이자소득 신고자는 5243만여명으로 이들이 받은 전체 이자소득은 13조8343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45.9%)는 상위 1%인 52만4000여명의 몫이었다. 배당소득은 상위 1%의 비중이 69%(13조5065억원)에 이르렀다.

사회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철학인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 초점은 주로 근로소득에 맞춰져 있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 환경에서 어쩌면 앞으로 더 중요한 쪽은 사실 금융소득일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면 은퇴 이후에도 꾸준한 수입을 얻을 수 있어서다.

국회는 더 늦기 전에 우리 국민의 노후를 위해 어떻게 하면 금융소득을 증진시킬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줬으면 한다. 지금 업계의 실망은 언제든지 분노로 바뀔 수 있다. 투자자는 유권자다.
 
강승연 IB금융섹션 IB증권팀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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