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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영준 주애틀랜타 총영사] 美주지사들이 한미회담 전 속속 방한하는 까닭
뉴스종합| 2019-06-19 11:28
애틀랜타는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무대이자 1996년 올림픽을 개최한 미국 동남부 중심 도시다. 애틀랜타에 있는 조지아주 정부는 지난 1월 취임한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의 첫 해외행사인 이달말 방한 준비로 요즘 매우 분주하다. 과거와 달리 이번엔 한국만 일주일 정도 방문한다. 이에 질세라 리 테네시 주지사도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6월 중순 한국을 선택했다. 이렇듯 미 동남부지역 주지사들이 앞다퉈 한국을 찾는 이유는 뭘까.

미 동남부 지역서 우리나라가 주목받은 계기는 2005년 현대자동차의 앨러배마 진출과 2009년 기아자동차의 조지아 진출이라고 볼 수 있다. 기아차가 진출한 웨스트포인트 지역은 방직공장ㆍ의류업체 등이 해외로 나가면서 황폐화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기아차 진출은 조지아주가 유망한 해외투자 지역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을 뿐 아니라, 무너진 지역 공동체를 다시 일으킨 모범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기아차의 성공적인 진출 이후, 조지아ㆍ테네시ㆍ앨러배마 등 주 정부들은 부지제공ㆍ세액공제ㆍ고용지원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안하며 한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지난달 LG전자 세탁기공장 준공식에서 리 테네시 주지사는 7개 주가 경합한 끝에 테네시주가 LG전자를 유치해 자랑스럽다고 했다. 또 지난 3월 조지아 주 최대 단일투자 프로젝트인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기공식 직후 조지아 주정부는 현지 동포신문에 전면 광고를 내며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미 동남부 지역엔 우리 기업 약 200여개가 진출해 있다. 투자 규모에 있어 우리나라 전체 대미투자의 약 30%를 차지한다. 특히 조지아 주에는 우리 기업 110여개가 진출했다. 작년 한해 우리 기업이 발표한 투자금액은 약 20억 달러에 달한다.

미 동남부 지역은 점차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파고 속에서 미국시장 확보를 위해 우리 기업들이 정착하기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인구 600만명의 애틀랜타는 미국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로, 에모리대ㆍ조지아공대 등 유수 교육기관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다. 애틀랜타 공항 이용객 수는 미국 내 최대로, 한국과 직항편이 하루 두 편 운항되고 있어 물류측면에서 유리하다.

미 동남부 지역에 대한 우리 기업 진출 확대는 단순한 경제적 협력 차원을 넘어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우리 외교를 강화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조지아를 비롯한 동남부 5개 주는 우리나라 운전면허를 인정하고 있다. 작년 조지아 주 정부와 주 상하원 의회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가장 먼저 채택하기도 했다. 또 조지아 주 출신 연방 의원들은 한반도 문제ㆍ입양인 법적지위 문제 등에서도 우리 측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 든든한 대미외교 자산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양자관계에서 경제ㆍ통상협력을 중시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활발한 진출은 미국과 협력을 이끌어 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달말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앞서 이뤄지는 조지아와 테네시 주지사 방한 또한 양 지역간 경협 뿐 아니라 한미동맹을 더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영준 주애틀랜타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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