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120억 투자 '아스달 연대기' 세트장 가보니
라이프| 2019-06-22 16:56
[연합]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3회에서 은섬(송중기 분)은 높이 솟은 아스달 성문을 보고 혼잣말을 내뱉는다. "땅 위에다 이게 뭔 짓이냐, 쓸데없이?"라고 투덜거리던 그는 점점 이아르크와 아스달의 문명 차이를 실감하며 눈이 휘둥그레 변해간다.

최근 경기도 오산시 내삼미동에 위치한 '아스달 연대기' 세트장을 찾았다. 넓이 2만여㎡(약 6천300평)에 달하는 세트장엔 극 중 전설로 내려오는 아라문 해슬라가 세운 연맹 중심지 아스달이 구현됐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전체 제작비 540억원 가운데 120억원이 투입됐다고 알려진 세트장은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동시에 세부적인 장식에도 공을 들인 티가 많이 났다. 현재는 촬영이 끝나 소품들이 몽땅 치워졌지만,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세트장을 둘러보니 드라마 속 장면이 속속 떠올랐다.

6회에서 와한족을 인질로 잡고 미홀(조성하)과 타곤(장동건)이 대립하던 해족의 주거지 '불의 성채'는 극 중 인물과 드라마 속 설정을 십분 반영해 세세하게 신경쓴 흔적이 눈에 띄었다.

드라마에선 밤 장면 위주로 나와 공간의 화려함을 느낄 수 없었지만, 낮에 눈으로 본 실제 건물은 달랐다. 일부 기둥엔 밝은 노란색으로 칠이 돼 있었고 거대한 문 입구엔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극 중 청동기술을 연마하는 해족인 만큼 세트장에도 해족 성격을 반영한 것처럼 보였다.

또 저잣거리와 민가 대부분이 나무로 지어진 데 반해 타곤의 집은 석조라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연맹의 중요 공지사항을 알리는 곳이자 은섬이 꿈돌을 만지며 아스달 문명 수준을 실감한 꿈돌광장 탑은 드라마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다만 실제로 보니 돌 색깔과 모양, 위치 등 작은 곳 하나하나에도 고심한 흔적이 돋보였다.

4회 초반부, 발이 묶인 채로 돌을 가는 노예 아동들을 보고 은섬이 충격받은 공간 또한 창문이 많이 나 있지 않아 다소 어둡다는 점을 제외하면 드라마와 똑같았다. 아이들이 물레를 돌리듯 돌을 갈던 기구는 손잡이를 잡고 돌리자 실제로도 작동했다.

세트장 공간의 전체적인 느낌은 드라마로 보이는 것보다 아담했다. TV화면 속 아스달 도시는 후반 CG 작업을 거쳐 다섯 배로 키운 까닭이다.

다만 성벽, 불의 성채, 연맹궁 등 세트장 내부 건물 하나하나는 웅장하고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다. 드라마 5회 마지막∼6회 초반부에서 타곤이 아버지 산웅 니르하(김의성)의 올림사니를 하던 연맹궁은 세트장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어림잡아 아파트 7∼8층 높이에 달할 정도였다.

연맹궁에서 올림사니가 치러지던 곳까지 올라가려면 돌로 된 계단 40여개를 올라야 했다. 불의 성채가 밝은 황토색으로 화려한 느낌이 강했다면, 연맹궁은 어둡고 웅장하며 엄숙한 분위기가 강했다.

'아스달 연대기' 세트장 부지는 임대기간이 2020년 6월까지다. 조선시대 궁궐을 재현한 세트장은 많지만, 상고사 판타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세트장은 이곳이 유일하다. 오산시 측은 '한 번 촬영하고 부수긴 아깝다'는 생각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아스달 연대기' 세트장 방문 문의가 뜨겁다. 초기 관심을 끄는 데엔 일단 성공한 것 같다"고 자평하면서 "드라마 흥행 여부에 따라 제작사와 협의를 거친 후 세트장을 영구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husn7@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