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인재로 인한 원전사고 재발은 안된다
뉴스종합| 2019-06-25 11:09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발표한 영광 한빛 1호기 사건조사 결과는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할만큼 아연실색케 만든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10일 오전 발생한 제어봉 편차는 조작 미숙 때문이며 그나마 면허도 없는 정비원이 처음부터 잘못 계산한 수치를 근거로 제어봉을 인출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반응도를 잘못 계산한 원자로차장은 이번 기동 경험이 처음이었고 이를 보완하는 교육 훈련도 받지 않았다. 근무자 교대때마다 반드시 열어야 하는 중요작업전회의는 무시로 생략됐고 원전 기동공정에 투입된 노심파트 직원은 제어봉 인출 결정시점인 10일 오전 10시20분에 이미 25시간 연속근로 중이었다.

안그래도 원전사고는 워낙 피해가 커 불안함이 과대포장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헛점과 오류 투성이의 총체적 인재라는 조사결과는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물론 한빛1호기와 같은 경수로는 시험 상황에서 열 출력이 25%까지 급상승하면 제어봉이 자동으로 내려가 정지되게끔 설계돼 있다. 별도의 운전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대형 사고는 방지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100%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계에도 오류라는게 있다. 사고발생 가능성이 0%인 시스템은 없다. 관리하는 사람들의 예방만이 최선이다. 그들이 법과 규정을 한치의 오차없이 준수해야하는 이유다.

이번 열출력 급증 사건과 관련해 일부 환경단체가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까지 갈 뻔했다”며 한빛원전 1호기 폐쇄를 주장하는 건 분명 과잉반응이다. 하지만 “원자로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데도 문제의 심각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의도가 의심된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도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다. 탈원전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거나 탈원전 정책으로인한 원전 생태계의 급격히 붕괴 때문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금물이다. 어느쪽도 도움이 안된다. 싫으나 좋으나 원전은 향후 60년 이상을 유지해야 할 주요 에너지원이다. “지금까지 국내 원전사건 중 매우 심각한 상황임에는 틀림 없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평가가 적절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재발방지책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제어봉 구동설비 건전성, 안전문화 점검 등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하는 종합 결과를 향후 발표할 계획이다.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면 최선이지만 이미 사고는 발생했다. 제대로 고치는게 그나마 차선이다.

안전을 넘어 국민들을 안심시킬만한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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