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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복귀 어려운 중소기업①] 기업 회생 신청은 정체, 파산은 증가세
뉴스종합| 2019-06-26 10:01
-법인파산 역대 최고치 갱신 전망…기업회생신청은 완만한 증가
-경영 환경 악화로 기대심리 위축…회생 대신 사업정리 선택
-독립된 회생법원 생겼지만 채무관계 일방적 개입 어려워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시장복귀를 시도하기보다는 파산을 선택해 경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올해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사건은 39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28건과 비교하면 60여건이 증가했다. 2015년 587건이었던 법인 파산 사건은 지난해 807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법인 파산 신청은 올해도 최대치를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 복귀를 타진하는 회생신청 규모는 큰 변화가 없다. 지난해 980건이었던 회생신청은 2015년 925건을 기록한 뒤 꾸준히 증가하긴 했지만, 법인 파산에 비하면 증가세가 더디다. 기업회생과 법인파산 신청 규모는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파산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은 부채 규모를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기업들이 기사회생을 꿈꾸지 않고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 경영인들이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버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경기부양 기대치가 높았던 2017년에는 기업 회생 신청이 878건으로 최근 5년간 유일하게 900건 미만을 기록했고, 증가하던 법인파산 규모도 소폭 감소했다. 한 중견 변호사는 “회생이나 파산 신청은 ‘후행지수’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경기가 나쁘다는 지표는 맞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기업 회생을 돕기 위해 2017년 3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를 독립시켜 서울회생법원을 개원했다. 기업 회생 활성화를 위한 제도도 마련했다. 회생절차 개시 전에 채무자가 사전계획안을 제출해 단기간에 정상 기업으로 복귀할 수 있는 ‘사전계획안(P플랜)’이나 기업이 영업을 계속하며 채권자들과 구조조정을 협의하는 ‘자율구조조정지원(ARS)’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용실적이 저조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P플랜의 경우 활용 사례가 4건에 불과하다. 도산 분야에 정통한 한 부장판사는 “P플랜을 신청하려면 채권단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 회생신청 기업은 금융권 외에도 채권자가 너무 많아 협의가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 회생 활성화와 관련된 제도 설계를 주도하는 법원이 개별 사건 채권-채무 관계에서는 ‘판단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회생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개인회생의 경우 신용회복위원회 등 상담 단계에서 면책을 유도하거나 제도를 홍보하는 비중이 높다. 일단 회생신청을 하면 법원이 개입해 시장복귀 가능성을 타진하는 비율은 높은 편이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기업회생 사건 980건 중 680건이 인용돼 구조조정 절차를 밟았다.

반대로 기업이 아닌 개인이 파산을 신청한 사건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5년 5만3865건이던 개인파산 접수 건수는 이듬해 5만288건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4만4천246건, 지난해에는 4만3397건으로 내려갔다. 개인이 회생을 신청한 사건은 2017년 8만1592건을 기록했을 때를 제외하면 최근 5년간 9만건 대를 유지하는 선에서 큰 변동이 없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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