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시장복귀 어려운 중소기업②] 채무 줄어도 여전히 족쇄로 남는 ‘보증채무’
뉴스종합| 2019-06-26 10:01
-민법상 주채무 감소하면 보증채무도 함께 줄어야
-회생절차에선 채무자회생법이 ‘보증 채무 감면’ 인정 안해
-“신기술 벤처기업, 현행 법에선 한번 창업 실패하면 재기 불능”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가 회생절차를 거쳐 재기하려 해도 보증채무가 감면이 어려워 걸림돌로 작용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임직원이 회사의 보증인이 되는 사례가 많아 회생절차에서 보증채무도 함께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도산절차에서 보증채무를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은 19대와 20대에 걸쳐 총 4차례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김기식, 홍종학, 설훈, 윤후덕 의원이 2013~2018년 발의했지만, 모두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입법안은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중소기업 임직원이 보증인인 경우에는 주채무가 감경되거나 면제되면 보증채무도 함께 감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 사단법인 도산법연구회 박재완 한양대 교수는 법무부 용역과제로 수행한 ‘중소기업 구조조정 개선방안 연구’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이 회사가 돈을 빌릴 때 대주주나 대표이사 개인에게 회사의 빚에 대해 연대보증을 설 것을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돈을 빌려주는 은행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사실상 대주주 개인회사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고, 한 푼이 아쉬운 중소기업은 은행의 연대보증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문제는 회사가 도산해 회생절차 또는 파산절차에 들어가면서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연대보증에 대한 법률관계는 ‘민법’에 따른다. 회사가 빌린 돈을 갚으면 연대보증 책임도 같이 사라진다. 

[헤럴드경제DB]

그런데 법원이 운영하는 회생·파산절차를 통해 회사가 빚을 없애도 연대보증 책임은 그대로 남는다. 회생·파산 절차의 근거가 되는 법인 ‘채무자회생법’이 보증채무의 부종성(원래 빚이 없어질 때 보증 책임이 같이 없어지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채무자회생법 제250조 2항 1호와 2호에 따르면 ‘회생계획은 채무자의 보증인’의 권리 또는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법 제625조 3항에서도 ‘면책은 채무자의 보증인에 대한 권리와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이 회사의 빚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다면, 법원의 회생절차를 통해 회사 빚이 줄어도 보증 책임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회사는 정상화가 됐지만, 경영인은 보증채무로 인해 재기하기 어렵다.
박 교수는 “신기술을 이용한 벤처기업의 경우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성공을 이룰 수 있는데 현재와 같은 법 제도하에서는 한번 창업이 실패하면 다시는 재기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현행 채무자회생법 관련 규정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적 보증을 세우는 데 따른 문제점도 제기된다. 회사 관계자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우면 경영자의 부실경영, 횡령·배임 등의 일탈을 통제할 수 있기는 하지만, 경영자 개인의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담보 확충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창업후 5년을 버티는 기업이 27.5%에 불과한 상황에서 기업을 경영하다가 실패를 경험한 이들의 재기를 가로막는다는 문제도 있다.

국회에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보증 책임을 계속 묻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서는 외부 논의가 이뤄졌다. 은행을 시작으로 제2·3금융권에서도 보증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가계대출, 개인사업대출, 법인대출로 확대됐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기관에서도 법규와 내부 규정을 손질해 도산절차에서 회사의 빚이 줄어들면 경영자의 연대보증채무도 같이 줄어들 수 있도록 했다.

박 교수는 현행법 체제 안에서 선택 가능한 대안으로 중소기업 경영인의 개인회생이나 회생·파산절차를 이용할 수 있지만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법원이 중소기업 법인의 경영자를 위한 간소한 회생절차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경영자의 보증책임을 기업의 회생절차에서 같이 조정하는 방법, 개인회생절차의 신청 요건을 완화하는 방법, 채무 기업의 회생절차와 경영자의 개인회생절차를 연동하는 방법 등이 그 예”라고 제시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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