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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夏鬪 폭풍전야] 시위에 갇힌 청와대
뉴스종합| 2019-06-26 10:01
-2017년 청와대 앞 개방하면서 집회 시위 가능해져
-시민들 “외국인 보기 부끄럽다”vs“집회 자유 지켜져야”

청와대 사랑채 분수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사진=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청와대가 시위에 포위됐다. 줄잡아 하루 7~8건씩 거의 매일 쉬지 않고 시위가 이어진다. 청와대 앞 시위 성지는 ‘사랑채 앞’이다. 넓은 공터 때문이다. 장기 시위를 계획하는 이들은 사랑채~통의파출소에 이르는 가로수 그늘 밑을 선호한다. 6월말 부쩍 날이 더워진 영향이 크다. 시위 이유는 다양하다. ‘비정규직 철폐’, ‘이석기 석방‘에다가 ‘집값 떨어졌다’는 주장까지 대한민국 갈등 이슈는 청와대 앞으로 모두 밀려드는 형국이다.

25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는 1인 시위가 한창이었다. 이들은 ‘전교조 법외노조 즉각 취소’, ’현대중공업 날치기 주총 원천 무효’ 등의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강한 햇빛을 가리려 양산과 모자, 썬글라스로 무장했다. 각 주제는 그러나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해결키 어려운 사안들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건은 대법원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고, 현대중공업 사안은 회사 경영진과 노조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1인 시위 곁에선 캐릭터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 20여명이 보였다. 첨예한 갈등과 신나는 관광이 어울리는 비현실적 장면으로 해석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7년 6월, 청와대는 청와대 앞길을 일반에 개방했다. 이후 2년 청와대 인근은 각종 시위로 넘쳐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3기 신도시 철회 일산대책위원회 회원 25여명이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도시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신도시 결정 때문에 일산 집가격이 떨어졌다는 주장이었다. 같은 날 효자로 북쪽 차도 한켠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50여명 중앙행정기관 공무직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25일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신고된 집회 및 기자회견 등은 총 6개다.

한 달 넘게 일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한 시민은 ‘산림조합과 지자체가 유착돼 있다’고 주장했고, 한국노총 수자원기술노동조합원들도 교대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김용식 수자원기술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입장이 관철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 고용안정을 정부에 촉구했다. 전국참교육동지회 회원들은 지난 24일 기준 368일째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효자로 북측에 설치된 농성장[사진=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사랑채~통의파출소 사이엔 장기 농성을 상징하는 비닐 천막들이 즐비하다. 각기 다른 단체들이 이곳에서 천막과 돗자리를 펴놓고 농성중이다. 이곳 농성장에는 ‘전교조 법외 노조 직권 취소’, ‘이석기 전 의원 석방’, ‘문재인은 하야하라’, ‘비정규직 철폐’ 등의 문구가 각 천막마다 적혀 있었다.

이를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불편하다는 시각과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가족과 함께 청와대 앞을 찾은 유모(49) 씨는 “여기서 집회를 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잘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모(38) 씨는 “외국인들 보기에 부끄럽다.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집회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직장인 신모(38) 씨는 “오죽 호소할 데가 없고 방법을 모르면 여기까지 와서 저 고생을 하고 있을까 싶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산책을 나온 최모(52) 씨는 “좋아보이진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집회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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