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취임 1년 맞는 구광모 ‘역동적 뉴LG’ 색깔 드러냈다
뉴스종합| 2019-06-26 10:38
- 외부 인사 영입 순혈주의 타파...사업보고회도 토론방식 전환
- 연료전지사업 과감한 철수…로봇ㆍAIㆍ전장 등 신사업 집중
- 중대형 M&A 등 혁신ㆍ속도 강조...보수적 LG 문화에 새바람
- 회장 대신 대표 ‘수평리더십’…실리콘밸리식 조직문화 이식
- 상속세 납부ㆍ내부거래 해소ㆍ고객가치 우선 '정도경영' 계승

구광모 LG그룹 회장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파격, 혁신, 소탈, 소통, 그리고 정도(正道).’

오는 29일 취임 1년을 맞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행보를 집약한 단어들이다.

작년 5월 아버지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한 달 여 만에 회장직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상속세 정면돌파, 내부거래 선제해소, 순혈주의 타파 등 ‘전광석화’ 행보를 이어갔다. 이는 40세 젊은 총수로 시간을 두고 차분히 리더십을 구축할 것이라는 재계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었다.

재계에서는 4대 그룹 중 첫 4세 경영 시대를 연 구 회장이 보수적인 LG문화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근무 경험을 살려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도려내고 혁신과 속도, 수평 리더십을 강조한 것도 큰 변화다.


▶파격= 구광모 회장의 ‘뉴 LG’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먼저 구 회장은 작년 6월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3주 만에 그룹 핵심 경영인을 전격 교체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 대표이사로, 전임 하현회 부회장은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이어 연말인사에서는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했다.

그룹의 뿌리인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발탁했다. LG화학이 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이었다.

그룹 경영전략회의인 사업보고회도 기존 보고방식에서 토론으로 전격 전환했다.

일방적 실적점검ㆍ미래계획 발표 대신 핵심화두를 경영진이 치열하게 토론하는 분위기로 확 바뀌었다.

▶혁신= ‘혁신성장’을 위해 비주력 사업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조정하는 결단력도 보였다.

LG전자의 경우 연료전지사업을 청산했고, 지난 4월엔 경기 평택 스마트폰 라인을 베트남으로 전격 이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조명 사업에서 자동차용 조명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 조명사업을 철수했다.

LG 계열사들이 지난 1년간 중대형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혁신을 강조한 구 회장의 결단력이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LG유플러스가 케이블 TV업체인 CJ헬로비전을 8000억원에 인수키로 하고 절차를 진행 중인 것이 단적인 예다.

아울러 빅데이터ㆍ로봇ㆍAIㆍ전장부품 등 미래사업 육성을 위해 지난 4월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 벤처 캐피탈인 ‘LG 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설립, 지금까지 5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약 19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2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컨퍼런스'에서 구광모 회장이 초청 인재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이날 구회장은 40개 테이블을 일일이 돌며 대학원생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LG 제공]

▶소탈= 구 회장은 젊은 총수로서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실용적 리더십을 지향했다.

취임 직후 호칭을 회장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요청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별도의 취임식도 열지 않았고, 새해인사모임에서는 과거 서열식으로 순차 악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임직원과 자유롭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재 초청 행사에서는 재킷 안에 폴라티를 입고 참석해 예정에 없던 40여개 테이블을 일일이 돌며 대학원생들과 인사하고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소통= LG전반의 조직문화도 수평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직위가 아닌 직무 중심 문화를 위해 직급체계는 각 계열사별로 기존 5단계(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에서 3단계(사원-선임-책임)로 간소화됐다.

분기 임원 세미나는 월례 세미나로 바뀌었다. 회장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임직원들과 토론하고 교류하는 ‘LG포럼’으로 거듭났다.

또 청바지까지 가능한 완전자율복장제도는 LG 대부분 계열사들이 전 근무일로 확대했다.

▶정도= 구 회장의 ‘뉴LG’ 리더십 안착이 빠르게 진행되고는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선대 회장부터 내려오는 ’정도경영‘ 철학이다.

구 회장은 상속세 성실 납부를 시작으로 일감 몰아주기 선제해소, 서비스직원 직고용, 고객가치와 연구개발(R&D)에 방점을 찍으며 이를 계승하고 있다.

구 회장을 포함한 상속인들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LG 보유주식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 등을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한다고 밝혔다. 실제 작년 11월말 상속세의 약 6분의1에 해당하는 1차 상속세액을 납부했다.

또 작년 10월 구 대표 등 LG특수관계인 개인이 보유한 물류계열사 판토스의 지분 전량(19.9%)을 매각했고, 지난 2월에는 서브원의 MRO(소모성 자재 부문) 사업을 분할해 60.1%의 지분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팔았다.

구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 보았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었다”며 10분간의 신년사 스피치 중 ‘고객’을 30번이나 언급하며 고객가치를 중시했다.

취임 후 76일 만에 첫 현장경영으로 찾은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 우선순위를 높게 두고 챙겨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