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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 칼럼-최석호 서울신학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의정연수
뉴스종합| 2019-06-26 11:16
2019년 들어서자마자 각종 연수로 시끄럽다. 입법활동과 민의대변을 위해 대표로 선출된 의원들은 보통 한 해 두 차례 연수를 다녀온다. 봄과 가을 각각 한 차례씩 국내에서 진행하는 의정연수와 해외로 떠나는 의정연수가 바로 그것이다. 연수를 통해 국내외 선진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잘 활용한다면 전문성을 높이고 자질을 향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18년 12월 미국으로 해외연수를 떠난 예천군의회 박종철 의원이 한국계 미국인 가이드를 폭행해 전치 2주 상처를 입혔다. 폭행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다음에서야 폭행사실을 인정했다. 권도식 의원은 술집 여성접대부를 요구하다가 물의를 일으켰다. 두 의원 모두 제명됐다.

2019년 6월 13일(목)과 14일(금) 양일간 한국초등교장협의회 소속 5,000여 교장들이 목포로 연수를 떠났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평일에 연수를 지양하라는 교육부 지침을 어긴 연수다. 연수 대부분은 트로트 공연 관람과 여행이었다. 1박 2일 동안 실제 연수는 3시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서 부천시의회는 의원 및 직원 합동 의정연수를 진행했다. 연수지는 강릉! 고성 산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매도시를 위한 작은 배려다. 주제는 “커피도시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다!”. 부천시가 강릉시보다는 여러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에서는 강릉시가 앞서 있다. 그래서 커피도시로 새롭고 포지셔닝 함으로써 사계절 관광지로 거듭난 관광도시 강릉을 벤치마킹하는 연수다.

보헤미안 커피공장으로 가서 드립커피 1세대 박이추 대표에게 직접 커피와 커피산업에 대해서 들었다. 테라로사 본점 커피박물관과 강릉항커피거리를 견학했다. 강릉문화재단 장미나 팀장으로부터 강릉커피축제 성공스토리를 들었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을 초청해서 부천시 인재육성 전략에 대해서 배웠다. 유재균 의회운영연구소 소장 특강을 듣고 행정사무감사 및 결산기법을 공부했다. 의정토론을 통해 공무국외출장 조례 제정, 의정자문 활성화 방안, 유튜브를 활용한 의정활동 등에 대해 숙고했다. 허균허난설헌기념관·경포호·가시연습지·시립박물관·선교장 등을 일일이 걸어서 강릉 골목길 역사산책을 했다. 특강과 토론 등 각종 교육시간만 따져도 10시간 30분에 달했다.

김동희 부천시의회 의장은 지난 10년 동안 관례를 깨고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잘 해야 보통이라는 소리밖에 못 듣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를 수용한 것이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강릉까지 내려와서 넥타이를 풀고 소통했다. 강릉시에서는 문화관광해설사를 배치하고 동계올림픽 유산 컬링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강백 선교장 관장은 입장료를 할인하고 답사팀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등 모든 편의를 제공했다. 강릉문화재단에서는 의정연수 주제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안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강릉문화원에서는 연수기간 중 강당을 비우고 행사진행을 자제함으로써 의정연수 특강과 토론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힘썼다.

연수를 둘러싼 잡음이 아직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연수를 빙자한 여행도 아니고 의회의원들의 자질도 아니다. 변화를 거부함으로써 부정과 부패를 떠안고 가는 우리 사회의 관행이다. 드디어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잘 할 수 있을 때 잘 해 보자.

최석호 서울신학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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