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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우익기업 파문…유니클로, 반일감정의 중심에 서다
뉴스종합| 2019-07-19 10:01
유니클로가 전범기 활용·우익단체 후원 등으로 각종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유니클로는 국내 패션 시장에서 유독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에서 단일 패션 브랜드로 유일하게 4년 연속 1조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유니클로에 대적할 수 있는 패션 브랜드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유니클로의 발목을 잡는 것은 끊이지 않는 우익기업 논란이다. 전범기가 새겨진 디자인 사용, 우익단체 후원 등 잊을 만 하면 온갖 소문으로 반일감정의 중심이 되는 유니클로 논란을 총정리 해봤다.

유니클로가 지난 2010년 일본 사탕회사와 협업해 선보인 티셔츠. [유니클로 공식 홈페이지]

▶유니클로 디자인에 욱일기 문양이…반복되는 논란=유니클로는 지난 2010년 일본의 사탕회사 ‘아사다 아메’ 로고를 활용한 티셔츠를 출시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티셔츠 중앙에 그려진 붉은 태양 모양의 디자인이 일본의 욱일기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욱일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사용했던 깃발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한다. 유니클로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티셔츠에 들어간 디자인은 욱일기가 아닌 일본 사탕회사 아사다 아메의 기업로고”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2017년 할인행사 광고에 또다시 욱일기 문양의 전투기를 들고 있는 아동 모델을 등장시켜 공분을 샀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욱일기를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의도치 않게 부적절한 콘텐츠를 실수로 게재해 이를 즉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내부 모니터링 절차를 강화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여전히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13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진행된 ‘도쿄 1955-1970: 새 아방가르드’ 전시.

▶유니클로는 우익단체를 후원하는 기업?=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니클로가 우익단체를 후원한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소문은 2012년 ‘독도 명칭을 다케시마로 바꾸자’는 ‘다케시마 캠페인’ 후원기업 명단이 온라인에서 돌아다니면서 확산됐다. 그러나 후원기업 명단의 명확한 출처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유니클로는 “다케시마 캠페인은 유니클로와 일절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로써 유니클로의 우익단체 후원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유니클로가 2013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진행된 자국 전시를 후원하며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도쿄 1955-1970: 새 아방가르드’라는 주제로 진행된 기획전에서는 욱일기를 이미지로 한 미술 작품이 다수 전시됐다. 이 전시회를 소개하는 미술관 홈페이지에는 요코 다다노리의 ‘신주쿠 도둑일기’라는 작품이 걸렸는데, 부챗살 모양의 욱일기 이미지에 핏물이 흐르는 모습이었다. 유니클로는 해당 전시에 대해 “당시 MoMA의 글렌 로우리 관장은 ‘문제가 된 작품은 전후 시대를 비판하는 취지로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해명했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그룹 회장 [게티이미지]

▶유니클로는 의도적으로 반일감정을 자극했나=최근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유니클로 임원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발언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의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은 지난 17일 “그룹의 결산 발표 중 있었던 임원의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임원이 의도적으로 한국 여론을 자극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퍼졌지만, 해당 발언은 투자자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임원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말했으나 부적절한 발언이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거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그룹 회장의 발언에 비추어볼 때 유니클로가 의도적으로 한국 여론을 자극하려 했다고 보긴 어렵다. 야나이 회장은 지난 2005년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독단적 외교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야나이 회장은 “고이즈미 총리가 왜 야스쿠니신사에 가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개인의 취미를 외교에 이용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중국 등 해외 사업이 영향을 받는 것을 우려한 발언이었다.

이처럼 유니클로는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해명을 해왔다. 하지만 욱일기 디자인 활용, 우익단체 후원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소비자들의 신뢰도 서서히 추락했다. 최근에 문제가 된 일본 임원 발언은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한번 추락한 이미지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유니클로는 여러차례 제기된 논란에 대해 “유니클로는 어떠한 정치적·종교적 사안이나 신념·단체와도 관계가 없다”며 “유니클로가 일본 우익 집단을 후원한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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