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라이프칼럼-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보이콧 재팬과 소비권력
뉴스종합| 2019-07-23 11:36

방송은 이미 일본을 버리고 있다.

지난 19일 MBC 에 출연한 마마무의 화사가 드디어 차를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과연 그가 어떤 차를 구매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아마 평상시라면 그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을 게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아베정권에 의해 수출규제가 자행되고 악화된 한일관계 속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 그의 차에 대한 궁금증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가 산 차는 일본차가 아니었지만, 만일 그 차가 일본차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의외로 그 여파는 일파만파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지금 현재 우리네 도로에 다니는 일본차가 다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한일관계 이전에 일본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이런 사태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을 게다. 오히려 당시에는 독일차에 대한 일종의 보이콧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른바 ‘폭스바겐 스캔들’로 불리는 사태의 여파는 컸다. 배출가스를 속인 폭스바겐으로 이른바 ‘클린 디젤’이란 개념도 무너지게 됐다. 여기에 BMW의 잇따른 화재사고까지 겹쳐 독일차에 대한 신뢰가 뚝 떨어졌고 결국 소비자들은 등을 돌렸다. 그러니 당시 친환경과 경제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우리네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카를 소비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앞서있던 일본제 하이브리드카를 소비했던 건 어찌 보면 합리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이전에 다른 이유로 일본차를 구입한 것이야 어쩔 수 없다 쳐도 지금 같은 한일관계가 이미 벌어졌고 ‘보이콧 재팬’이 국민적인 운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마당에 일본차를 구입하는 일은 분명 잘못된 선택일 게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방송은 그 어떤 곳보다도 이런 소비자들의 정서적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야라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의 아베 정권의 행태로 인해 ‘보이콧 재팬’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일본 관련 상품을 방송에서 찾아보는 일은 어렵게 됐다. 우선 가장 먼저 달라진 부분은 그 많은 여행 프로그램에서 일본은 ‘기피 여행지’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일본 여행패키지를 구입한 소비자들조차 환불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니, 방송에서 일본 여행을 예능의 소재로 담는다는 건 무모하고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게다. 또한 드라마 속 자동차 PPL에 있어서도 일본차가 들어가는 일도 점점 피해질 수밖에 없다. 그건 자칫 자동차의 이미지도 떨어뜨리고 심지어 드라마에 대한 비호감을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본을 제외하는 상황은 향후에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틀어 방송 전반에 번져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최근 들어 그 어떤 권력보다 무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소비권력’이다. SNS로 연대하며 움직이는 소비권력은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시장 소비에 영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권력보다 무섭다. 심지어 이 소비권력은 막강한 부나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권력자들조차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힘을 발휘한다. 이러니 방송은 더더욱 소비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소비자인 시청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그건 방송 프로그램을 넘어서 방송사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이번 ‘보이콧 재팬’을 보면서 아베정권의 착각과 소비자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실감하게 된다. 아베정권은 여전히 자신들의 파워가 소비권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소비자, 아니 대중들의 힘이 심지어 국적을 넘어서서 뭉쳐질 수 있는 게 지금 시대의 달라진 현실이다. 소비권력을 무시하고 있는 아베정권의 앞날이 쉽게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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