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배터리가 개구리 뒷다리에서 출발했다고(?)…배터리의 역사 알고보니
뉴스종합| 2019-08-19 06:49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일상 생활 속에서 전기를 얻을 수 있는 편리한 수단. 우리 일상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터리의 역사는 우리의 예상 보다 길다. 역사가 무려 2000년에 달한다. 2000년 전 존재하던 배터리는 다름 아닌 ‘바그다드 전지’였다.

1932년 독일인 빌헬름 쾨니히(Wilhelm Konig)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근교 호야트럽퍼 유적에서 높이 약 14cm, 직경 약 8cm의 작은 항아리 모양의 바그다드 전지를 발견했다.

항아리 속에 원통형 구리판을 넣고 그 중심에 철 막대기를 꽂아 전체를 아스팔트로 고정·밀봉한 구조였다. 구리판이 양극, 철봉이 음극 역할을 하고, 식초가 전해액 역할을 해 전압이 발생되는 구조였다.

배터리의 개발은 우연한 생물학 반응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1780년경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생물학 교수였던 루이지 갈바니(Luigi Galvani, 1737~1798년)는 개구리를 해부하다가 철봉에 매단 개구리 다리에 우연히 황동 철사를 대었더니 개구리 다리가 꿈틀거리는 놀라운 현상을 발견한다. 바로 이것이 동물전기다. 갈바니는 개구리 다리가 어떤 자극을 받으면 전기가 흘러 근육이 움직인다며, 그 에너지를 ‘동물전기’라고 이름짓고 1791년에 이를 발표했다.

하지만 훗날 갈바니의 주장은 틀린 것으로 증명된다. 개구리 다리 안에 에너지가 존재한 것이 아니라 철과 황동이라는 상이한 금속과 개구리의 체액이 접촉하면서 전기를 발생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동물전기에 의문을 품고 있던 이탈리아의 볼타(1745~1827년)에 의해 증명됐다. 볼타는 1800년 실험을 통해 동물전기의 오류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배터리를 발명했고, ‘근대적 전지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갈바니의 동물전기는 결론은 틀렸지만 ‘두 가지 서로 다른 금속과 개구리 체액이 전류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은 발견한 점은 높이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도 전기회로를 측정하는 전류계를 ‘갈바노미터(Galvanometer)’로 부르거나 두 종류의 금속이 접촉했을 때 일어나는 자극을 ‘갈바닉 작용(Galvanic Action)’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볼타는 갈바니와 동물전기로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개구리 다리에는 전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애썼다.

금속과 금속 사이에 어떤 수용액이 관계해 전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볼타는 여러 가지 금속과 수용액을 사용해 실험을 계속했다. 그 결과, 소금물에 적신 종이를 은과 아연판 사이에 끼우면 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구리와 아연판 사이에 소금물에 적신 종이를 끼워 겹겹이 쌓아 올리면 보다 큰 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증명해 1800년에 이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볼타 파일(Volta Pile)’이라 불린다.

볼타는 이후 소금물 대신 묽은 황산을 사용하면 더 큰 전기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외에도 다양한 금속으로 실험을 반복해서 전기의 발생을 확인하기에 이른다. 아연판이 음극, 구리판이 양극, 묽은 황산이 전해액 역할을 해 전구에 불이 켜진 것이다.

볼타의 이러한 실험은 전기가 통하려면 양극, 음극, 전해액 역할을 하는 재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게 된다. 이 때문에 볼타는 배터리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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