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홍콩 자금유출 가속화…글로벌기업도 中에 ‘포위 상태’
뉴스종합| 2019-08-19 11:40
중국정부의 무력개입이 우려되는 가운데 18일(현지시간) ‘범죄인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홍콩 시위가 펼쳐졌다. 주최측 주장 시민 170만명이 집회와 행진에 모였다. 이날 시위참석자들이 구호가 적힌 벽을 보고 있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문구가 비장하다. [로이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완전 철폐 등을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4개월 넘게 이어지고 갈수록 규모가 커지면서,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 경제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기업들은 시민들의 요구와 중국 정부의 ‘압박’ 사이에 ‘낀 신세’가 됐다. 홍콩 달러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자금의 해외 유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홍콩에선 18일(현지시간)에도 도심에서 17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뉴욕타임스는 홍콩 시위가 계속되고 시민들의 참여가 늘자 글로벌기업에 대해 중국 정부 편을 들라는 압박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기업들에게 “홍콩 사태에 대해 잘못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직원들을 해고하라”고 노골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송환법 반대 시위 가담으로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아온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 퍼시픽의 루퍼트 호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6일 사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빅4 회계법인인 PwC, 딜로이트(Deloitte), KPMG, 언스트앤영(Ernst & Young, EY) 등도 이와 비슷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들 4대 회계법인은 16일 홍콩의 애플 데일리 신문에 실린 시위 지지 전면 광고가 회사의 입장과 관련이 없다는 해명성 성명을 발표했다. 광고는 이들 회사의 직원 264명이 9873달러를 모금해 이뤄졌다. PwC는 “이 광고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국권에 도전하는 어떤 행동과 진술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4대 회계법인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차세대 캐세이 퍼시픽’이 되는 것에 대한 중국의 경고로, 글로벌 기업들이 어떻게 표적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NTY는 전했다.

홍콩의 금융 및 기업지배구조 웹사이트 발행인 데이비드 웹은 “호그의 사임은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중국 정부가 홍콩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 “주요 기업들의 모든 CEO가 직원들의 다음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의 압박은 중국이 여전히 홍콩에 엄청난 경제력을 행사하고 있기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홍콩에 대한 전체 외국인 투자의 약 4분의 1을 직접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 전력의 4분의 1 이상을 공급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식수를 대고 있다. 관광객의 4분의 3 이상이 중국 본토에서 온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와 함께 장기간의 대규모 시위에 대한 불안감으로 홍콩의 돈이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경제컨설팅회사 란타우그룹의 파트너 사라 페어허스트(52)는 시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최근 20만 홍콩달러(약 3100만원)를 영국 파운드화로 송금했다. 홍콩에 12년째 살고 있는 그는 “이곳은 매우 불안하다”며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 돈이 이곳에 갇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WSJ은 “이번 시위로 소매업, 관광업, 기업 신뢰도 모두 타격을 입었고, 도시 주식 및 부동산 시장도 압박을 받고 있다”며 “수개월 동안 계속된 충돌은 세계 최대의 국제 금융거점 중 하나인 홍콩의 미래에 대한 문제와 베이징과의 거래에서 얼마나 많은 자치권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런던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송금사업자 트랜스퍼와이즈 대변인은 “올 6월 시위가 시작된 이후 홍콩에서 더 많은 송금이 이뤄지고 있다”며 “홍콩을 떠난 돈의 대부분은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호주, 유로존의 은행계좌로 갔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의 컨설팅회사 퓨처-무브스의 데바다스 크리슈나다스 사장은 “부유한 개인과 대기업을 포함한 일부 고객들이 투자 자본을 홍콩 밖으로 옮기고 있다”며 “이는 즉각적인 불안이 아닌 금융허브 홍콩에 대한 장기적인 우려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시위가 홍콩의 경제 건전성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홍콩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즈호은행의 아시아 외환전략 책임자 켄 청은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것은 일부 사람들이 해외로 돈을 옮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 통화에 대한 홍콩 달러의 약세는 자본 유출의 우려스러운 징조”라고 말했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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