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뜬금없이 ‘정책 구상’ 카드 꺼내 든 조국 후보자의 오만
뉴스종합| 2019-08-21 11:22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내놓은 ‘정책 구상’이 참으로 뜬금없다. 게다가 그 저의도 의심스럽다. 이날 조 후보자가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 선 채로 5분 가량 아동성범죄 관리 강화 등 국민 안전과 관련한 정책을 읽어나갔다.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등에서 특정 현안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정책 방향 설명은 더러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임명도 되기 전에 기자들 앞에서 직접 정책구상을 밝히는 예는 극히 드물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자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물론 발표 내용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이 조 후보자에게 듣고 싶은 것은 이런 게 아니다. 본인과 가족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솔직하고 명확하게 소명하는 것이 먼저다.

한데 조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선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다. 오로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정책 청문회’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만 강조한 것이다. 나아가 누가 뭐라고 해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것이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여론과 국민적인 비판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다. 조 후보자와 정권의 오만함이 물씬 묻어난다.

조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은 적당히 분위기를 반전하는 꼼수로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특히 조 후보자 딸의 장학금과 의학 논문 특혜 논란은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외국어고 학생이 단 2주 정도의 인턴 참여로 유력 의학지에 실리는 논문의 제 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만해도 상식밖의 일이다. 게다가 이 논문 등재를 근거로 명문대 수시전형에 합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확실한 소명이 되지 않으면 자칫 정권의 근본이 흔들릴 정도의 폭발력 강한 사안이라는 걸 조 후보자와 청와대는 직시해야 한다. 실제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조 후보자 딸 특혜 논란에 배신감과 허탈감을 토로하는 청년들의 불만이 넘쳐난다고 한다. 청년들이 분노하는 것은 공정을 표방하면서 너무도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조 후보자의 의혹에 대처하는 민주당의 행태도 실망스럽다. 이인영 원내 대표 등이 나서 ‘부풀린 소설’이니, ‘가짜 뉴스’니 ‘정쟁 청문회’니 하면서 야당의 의혹제기를 억지나 과도한 정쟁 정도로 치부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으로선 만에 하나 조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감싸고만 든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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